회사와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통과의례처럼 겪는 문제가 있다. 소통 단절이다.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이 줄어들면서 정보 흐름이 끊기고 보이지 않는 심리적 장벽도 생긴다. 효과적인 협업은 점점 어려워진다. 분명 A라는 업무를 요청했는데 B라는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럴 땐 혹시 일의 '맥락'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맥락은 '어떤 일이나 사물이 서로 연관돼 이루는 줄거리'를 말한다. 맥락을 공유한다는 것은 어떤 목적으로 하는 일인지,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이유로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됐는지 등을 서로 충분히 묻고 또 알려주는 것이다. 맥락을 이해하고 일을 하는 사람은 보다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다. 제시된 방안을 넘어 목적 달성을 위한 창의적인 방안을 제안 및 시도할 수 있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도 한다.
반면 업무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은 주어진 방식 안에서 그저 해당 업무를 잘 수행하는 것이 최선일 뿐이다. 가끔은 오해와 불신 상황을 겪기도 하고 의도와 전혀 다른 결과를 맞닥뜨리기도 한다. 우리가 맥락을 충분히 공유하고 공유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자는 2016년 패스트레인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패스트레인은 전국 4500여곳에서 피부과 정보를 비교할 수 있는 피부시술 정보 플랫폼 '여신티켓'을 운영하고 있다. 여신티켓의 성장과 함께 10명 남짓 한 구성원이 어느덧 4배 이상 늘어나면서 좋은 조직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은 깊어만 갔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패스트레인만의 '룰'이 필요함을 느꼈고, '패스트레인에서 일 잘하는 방법 12가지'라는 행동강령을 정했다. 구성원이 모두 동의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핵심 가치를 리스트화 했다.
행동강령은 다음과 같다.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지 한 번 더 되물어라 △업무는 수직적, 문화는 수평적 △가족 같은 회사가 아니라 프로 스포츠팀이 돼야 한다 △업무 공유가 투명할수록 협업은 강해진다 △'WHY'를 멈추지 마라 △기록하자, 그리고 단순화하자 △팩트와 의견을 구분하자 △간단한 업무 공유와 회의는 스탠딩으로 △건전한 잡담은 경쟁력이 된다 △실수가 파도라면 우리는 서퍼가 될 수 있다 △소신껏 반대하고 결정은 빠르게 수용하자 △회사의 주인은 '우리'다.
특히 이 가운데 네 번째와 다섯 번째 행동강령인 '업무 공유가 투명할수록 협업은 강해진다' 'WHY를 멈추지 마라'는 앞에서 언급한 맥락 공유와 일맥상통한다. 여신티켓은 노션, 슬랙, 컨플루언스 등 대부분의 업무를 협업 툴을 통해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 각 팀의 업무 진행 상황을 알게 되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이고 더욱 효과적으로 협업할 수 있다. 또 '왜'라는 질문은 맥락에 대한 이해를 통해 업무 혁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장기적으로 회사와 구성원을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다.
미키타니 히로시 라쿠텐 CEO는 '3, 10 배수 법칙'에 따라 스타트업은 성장통을 겪는다고 말했다. 직원이 30명, 100명, 300명, 1000명이 될 때마다 조직은 크고 작은 문제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데 여신티켓도 현재 그 성장통을 겪고 있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각자의 명확한 비전과 전략, 차별화 기술력을 내세우고 있다. 이것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탁월한 전략이라도 제대로 실행될 수 있을까. 100명의 구성원 가운데 80명이 맥락을 공유하는 조직과 20명만 맥락을 공유하는 조직 둘 중 어느 곳이 시장에 혁신을 일으키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답은 단순하다. 바로 더 많은 구성원이 '맥락'을 공유하는 조직이다.
손승우 패스트레인 대표 swson@fastla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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