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정부와 국내 300개 기업이 의기투합한 민관 협력 기술 집약체다.
총 37만개에 달하는 발사체 부품은 모두 국내 참여기업이 개발·공급한 것으로, 이 과정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들 참여기업이 앞으로 발사 서비스 주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체 역량 강화를 유도, 자생적 우주산업 생태계를 조성했다.
누리호 총사업비는 1조9572억원이다. 이 가운데 사업 참여 산업체가 집행한 규모는 총사업비 80%에 해당하는 약 1조5000억원일 만큼 주요 역할을 담당했다. 이는 앞선 나로호(KSLV-I) 개발 당시 국내 산업체 집행 금액이었던 1775억원 대비 약 10배를 넘는 수준이다.
민간 인력 투입 규모도 앞선 나로호(KSLV-I) 개발 당시를 능가한다. 누리호 개발 주력 참여 30여개 기업에서만 약 500명 인력이 투입됐다.
개발 초기 설계단계부터 구축된 산·연 공동설계센터도 민관 협력 산물이다. 실제 총 10개 기업 40명 인력이 항우연에 상주, 항우연은 산업체 보유 기술과 인력, 인프라 등을 지속 활용하고 산업체는 기술 향상을 지원받았다.
이처럼 누리호는 기존 정부 중심 우주 발사체 개발 추세가 민간 주도로 바뀌면서 산업체 역량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누리호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사업(KAI)은 추진제 탱크 제작에서도 기술력을 입증했다. KAI가 제작한 추진제 탱크는 일반 탱크 대비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영하 200도에서 기능을 유지한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KAI는 경남 사천에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하는 등 우주개발 민간 기업 선두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누리호 핵심인 75톤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맡았다. 총 6개 엔진을 공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 생산 및 공급과 함께 터보펌프, 밸브류 제작과 액체 엔진 체계 조립도 수행했다.
현대중공업은 발사 준비 설비에 중요 역할을 했다. 약 4년 6개월에 걸쳐 지상 발사대를 제작했으며 48m 높이의 엄빌리컬 타워를 통해 발사체에 산화제와 추진제, 전기를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맡았다.
이외에도 △체계종합(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우레아텍, 한양이엔지, 제이투제이코리아 등) △추진기관·엔진(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네오스펙, 하이록코리아 등) △구조체(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이노컴, 한국화이바 등) △유도제어·전자(스페이스솔루션, 덕산넵코어스, 단암시스템즈, 기가알에프, 시스코어 등) △열·공력(지브이엔지니어링, 에너베스트 등) △시험설비(이엠코리아, 신성이엔지, 한진중공업, 계룡건설 등) 등 분야별로 산업체별 기술이 투입됐다.
과기정통부는 민관 협력으로 완성한 누리호를 향후 반복 발사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에 핵심 기술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민간 주도 한국형 발사체 기술 지속고도화 과정을 통해 우주 수송 능력을 확장 추진한다는 목표다.
고흥=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