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맵모빌리티가 '부르면 잡히는' 대리운전 서비스를 구현을 위해 국내 1위 대리운전 중개 프로그램사 '로지소프트'를 인수했다.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대리기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 카카오모빌리티와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췄다. 대리기사 10만명이 이용하는 로지와 이용자가 1960만명에 달하는 티맵이 힘을 합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에도 위협적인 경쟁자가 생겼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 17일 로지소프트 지분 100%를 54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는 8월 4일까지 인수절차를 마치고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콜 처리율 개선을 위해 대리기사가 필요했던 티맵모빌리티와 사업 기반이던 전화 유선콜 시장 축소에 위기감을 느낀 로지소프트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인수합병(M&A)이 성사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대리운전은 호출 시 '이용자→대리운전업체→중개 프로그램사→대리기사' 순으로 콜이 전달돼 서비스가 이뤄졌다. 앱 플랫폼은 정보기술(IT) 기업이 대리운전업체와 중개 프로그램사 역할을 모두 수행해 서비스 비용을 줄이는 형태다. 하지만 콜을 수행할 대리기사 인프라 확보가 난제다.
티맵모빌리티도 마찬가지였다. 2000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기반으로 티맵 대리운전 서비스를 야심차게 내놨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공격적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으나 점유율이 1% 안팎에서 정체된 건 대리기사 부족 영향이다.
티맵모빌리티는 지난달 동반성장위원회의 대리운전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과 권고에 따라 기존 대리운전업체를 인수해 점유율을 확대할 수 없었다. 이에 권고안에 포함되지 않은 중개프로그램사를 인수해 콜을 수행할 대리기사를 늘리는 방안을 택했다.
전화 유선콜 대리운전시장에서 중개 프로그램을 제공하던 로지소프트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 '카카오T 대리'를 중심으로 앱 플랫폼 대리운전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회사 당기순이익은 2019년 54억원에서 2020년 32억원, 2021년 25억원으로 하락세였다. 로지소프트는 자체 개발한 앱 플랫폼을 배포하기도 했지만 이용자 외면을 받아 돌파구 마련이 시급했고 결국 티맵과 손을 잡았다.
로지소프트의 콜 처리율은 70~80%로 티맵 대리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장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콜 공유에 있어 일부 업계 반발도 있어서다. 로지를 이용하는 대리운전업체 중 원하는 업체를 대상으로만 상호 콜 공유를 진행할 예정이다.
티맵모빌리티는 대리운전 기반으로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리운전은 요금의 최대 20%가량을 수수료로 받을 수 있어 수익성이 높다. 뚜렷한 수익 사업이 없던 티맵모빌리티가 추후 흑자전환을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추가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중장거리 차량 탁송, 발렛, 카케어(세차·정비·전기차 충전대행) 등이다.
이번 사업 확대 결정에 따라 대리운전업체, 대리기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생방안도 모색한다. 우선 새벽시간대 공용 콜센터를 운영해 중소업체 고정비용 부담을 완화한다. 대리기사를 위한 '이동식 쉼터'도 연말부터 운영을 시작하고, 티맵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리기사 월 보험료 부담을 줄여주며, 별도 복지기금도 조성할 예정이다.
로지소프트 인수 개요 및 티맵모빌리티 사업전략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