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펜더믹 같은 예상치 못한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선 과학의 탄력성을 키워야 한다”
정성철 원정연구원 원장은 13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원정포럼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팬데믹에 대한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원장은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과학기술 및 연구개발(R&D) 분야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공동연구 활성화, 오픈 엑세스 저널과 새로운 협력 방식 증가 등 혁신생태계에 긍정적 변화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학에 대한 불신, 일부 R&D의 일시적 붕괴, 성과 배분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 및 국가 간 편차 등 부작용, 초기 방역 실패 등 문제도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펜더믹의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백신·치료제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성과를 내지 못하며 '과학의 탄력성' 측면에서 한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연구비가 충분해도 혁신 아이디어와 인재 없이는 좋은 연구 결과를 얻기 힘들다”며 “과학의 탄력성은 축적된 기초연구에 좌우되고 다양한 기초연구가 가능한 국가가 혁신에 유리하다는 게 펜데믹을 통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이어 “새로운 수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며 “과학의 역할과 내용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과학을 통해 사회,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이상목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은 “펜데믹 기간 동안 세계적으로 천문학적 자본이 풀리고 첨단산업분야로 흘러들어가면서 양극화 문제가 극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이 전 차관은 “금융투자가 전통 제조업에 흘러가지 않고 있고 가난한 나라는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는 등 모든 것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현상이 심화됐다”며 “단시간 내 부를 확보할 수 있는 분야만에 투자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할 원천연구 분야에도 투자를 지속해 향후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장진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변종 전염병이 발생했을 때 광범위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며 “일본, 중국 등 방역상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나라와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선임연구위원은 “의과학분야에 연구를 할 수 있는 인재가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동시에 데이터 신뢰성을 확보하고 방역 관련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