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효 서울대 객원교수(DGIST 책임연구원)는 우리나라와 영국, 중국의 배달 산업을 비교 분석한 국제 공동연구 결과를 키노트로 발표한다.
윤 교수는 중국 난징과기대,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대와 공동으로 3국 배달 산업을 현장 인터뷰 및 참여 관찰 방법으로 분석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배달플랫폼 개방형 혁신 이론을 정립했다. 각국의 배달플랫폼이 음식점, 소비자, 배달 노동자(라이더)에게 미치는 영향과 음식문화, 외식업 환경에 따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밝혔다.
이번 공동연구는 21세기 시장경제에서 화두가 되는 배달플랫폼 산업에 대한 첫 국제 공동연구 논문으로 지난 5월 영국 '유럽기획연구'(European Planning Studies) 저널에 실렸다.
연구에 따르면 영국은 배달 플랫폼 기업이 라이더 보험 가입, 배달 박스 분배, 관련 교육 등을 책임지고, 배달 노동 인권을 보장했다. 영국 배달플랫폼 대부분이 라이더에게 페널티를 부과하지 않고, 라이더는 배달을 거절할 자유도 있다. 플랫폼 알고리즘도 플랫폼 운영자가 임의로 조작할 수 없어 라이더 간 선의의 경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장 내에서 주문과 서빙이 이뤄지는 외식문화 형태가 굳건해 아직 배달과 배달플랫폼이 산업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중국 배달시장은 라이더 소득이 대졸 초봉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4배까지 편차가 컸다. 중국은 배달 산업이 발달하기 전부터 전화로 주문하고 가져가는 포장 음식문화가 상당히 정착돼 있었다. 이러한 포장 문화와 새로 등장한 배달 플랫폼 산업이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고, 급속도로 발전한 스마트 결제 시스템이 맞물려 플랫폼 기반 배달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라이더의 배달 거절 권한은 거의 없고, 배달플랫폼이 부과하는 페널티는 상대적으로 다양하게 작동하는 등 플랫폼 통제 권한이 강했다.
우리나라는 영국, 중국과 비교해 음식 배달시장이 상당히 발달했다. 배달시장은 배달플랫폼과 라이더, 라이더와 음식점을 연결하는 중계업체가 지역에 널리 포진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중계업체는 인근 음식점 50~100여개, 라이더 10~50여명과 계약을 맺고 이들 사이를 중계한다. 대형 배달플랫폼이 음식점과 배달중계업체를 연결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배달비는 라이더, 배달중계 업체, 배달플랫폼 3곳이 나눠야 하고, 배달비 상승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연구팀은 단일 배달플랫폼에 록인(Lock-in) 되지 않은, 즉 여러 배달플랫폼을 활용하는 '멀티 홈밍(Multi-homing)'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플랫폼사업자와 라이더, 음식점 모두 적절한 매출과 수익을 올리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잉여가치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멀티 홈밍'은 배달플랫폼, 라이더, 소비자의 능동적 참여와 아이디어를 충분히 교환하는 개방형 혁신으로 달성할 수 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