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너가 보험사의 3세 후계 구도가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가 성숙하고 회장들 나이가 60대를 넘기면서 3세들이 본격적인 후계 구도를 다져나가는 모양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인 경영 수업을 하고 있는 곳은 한화생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은 2014년 한화L&C에 입사해 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에서 근무하다 2016년 한화생명으로 이동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조직개편과 인사를 거쳐 전략부문장 직책을 내려놓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 역할만 수행하고 있다. 각종 회의와 업무 보고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신사업과 디지털 전환 구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미래 먹거리를 '디지털'과 '신사업'으로 판단하고 지분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핵심 투자 판단을 김 부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 지분 투자, 캐롯손해보험 설립, 페이코 투자 등을 이끌었다. 한화생명 자회사인 한화자산운용이 여행 플랫폼 '야놀자', 미국 생명공학 스타트업 '자이머젠', 동남아시아 우버로 불리는 '그랩' 등에도 투자해 성과를 내는데 역할을 했다.
업계는 3남 후계 구도에서 김 부사장이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장남 신중하씨도 최근 존재감을 높여나가고 있다.
1981년생인 그는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나와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 스위스 서울지점에서 근무했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서 일한 뒤 교보생명 정보기술(IT) 자회사인 교보정보통신에서 디지털혁신(DX) 신사업 팀장을 맡았다. 지난해 연말에는 교보정보통신 자회사 디플래닉스로 옮겨 디지털전략총괄을 맡고 있다.
그러다 지난달 교보생명 DT지원담당으로 경력 입사했다. 신 회장 자제가 교보생명 본사에 입사한 것은 처음이다. 차장 직급인 이 자리는 회장 직속으로 신 씨가 입사하면서 새로 만들었다.
신 씨는 최근 KAIST에서 치른 산학연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발언하는 등 공개 행보도 시작했다. 회사 측은 교보생명과 관계사의 디지털 전환 시너지를 추진하기 위해 입사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 차남인 신중현 씨는 2020년 교보생명 자회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입사해 역시 디지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실반그룹 공동대표도 회사 밖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실반그룹은 정 대표가 설립한 싱가포르 기반 사모펀드 운용사다.
[표]오너가 보험사 3세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