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미리 가 본 미래]〈31〉가상인간 시장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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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다양한 신산업이 대두됐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시장이 가상인간 시장이다. 분위기는 그야말로 가상인간 전성시대라 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기업이 마케팅 활동에 사용하는 금액 중 인플루언서 마케팅 비용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80억달러(약 9조원)에서 2022년 150억달러(약 17조원)로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가상인간을 활용한 마케팅 활동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화제가 된 사례는 '릴 미켈라(Lil Miquela)'다. 릴은 2016년 디지털 캐릭터 제작 스타트업 브러드(Brud)가 만든 가상인간이다. 브러드는 가상인간 홍보 목적으로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들었고 불과 3년 만에 세계 팔로워가 170만명을 돌파했다. 릴은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다. 릴은 미국 LA에 거주하는 19세 브라질계 미국인 소녀 캐릭터로 설정됐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점차 히스패닉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를 고려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릴의 대중적 지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뮤직비디오 출연과 음악 행사 진행 등 활동 영역이 늘었고 2017년에는 'Not Mine'라는 싱글 앨범을 발매해 큰 반응을 이끌어냈다. 현재 릴은 명품 애호가로서 샤넬·몽클레어 등 유명 패션 브랜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가상인간 '에리카(Erica)'는 일본 오사카대 지능로봇연구소가 만든 인공지반 기반 로봇이다. 2018년 7월 16일 구찌가 위챗에서 진행한 'Why are you scared of me?'라는 마케팅 캠페인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에리카는 현재 구찌의 중국 시장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다.

이밖에 브라질 '루두 마갈루', 영국 '슈두', 일본 '이마', 중국 '화즈빙', 태국 '아일린' 등도 적지 않은 인지도를 확보한 가상인간이다. 국내에서도 가상인간을 활용한 사례가 등장했다. 국내 1호 가상 인플루언서 '오로지'가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가상인간 '네온'을 출시한 바 있으며 브라질 법인에서는 영업직원 교육을 위해 만든 가상인간 '샘'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가상인간 활용은 초기 단계다.

앞서 열거한 바처럼 세계는 가상인간에 어느 때보다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무엇 때문일까? 가장 큰 이유는 가상인간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제반 기술인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관련 기술의 발전을 꼽을 수 있다. 가상인간 표정과 몸짓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기술을 활용해 가상인간을 제작하는 비용 역시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시장이 활성화된 것 역시 중요 요인이다. 가상세계에 대한 친숙도가 높은 MZ세대의 구매력이 더욱 높아지기 시작하면 가상인간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 전망이다.

하지만 가상인간 시장 급부상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상인간 활동 영역을 확장하면 할수록 결국 인간의 일자리가 점점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뿐만 아니라 가상인간과 관련된 윤리적 문제도 숙제 중 하나다. 가상인간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욕설 등이 일반적 범주를 넘는 수준이다. 이 과정에서 가상인간을 대상으로 한 윤리적·법률적 적용 범위와 수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명확한 근거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기업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홍보 효과, 그리고 비용 구조상 이점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가상인간 분야에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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