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으로 모든 상황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보더라도 한 번 바뀐 익숙해진 문화는 과거로 되돌아가긴 결코 쉽지 않다. 전 세계는 이미 4차 산업혁명에 진입했고 누가 더 빨리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하느냐하는 무한 경쟁 시대다. 요소 기술만을 대안으로 하기보다 큰 청사진과 사업 모델을 만들고 이를 추진해야 한다.”
이경배 섹타나인 대표는 전자신문 주최로 열린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정보통신 미래모임)'에서 '유통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SDS를 거쳐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를 역임한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다. 이 대표는 SPC그룹 토털 마케팅 솔루션 계열사 섹타나인에서 그룹 내 디지털전환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규제보단 지원 필요…위기극복 전략 짜야
최근 코로나19와 러시아 전쟁 등으로 불투명한 세계 경제 전망과 메가트렌드 변화가 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위기극복 전략과 신 인프라 구축을 통한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대응이 필요하다는게 이 대표의 지적이다.
이 대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빵의 원료인 밀가루 원가가 크게 뛰었다. 원가가 높아졌다고 소비자 가격을 급등시킬 수는 없다. 건설업종에선 현재 수주 단가가 너무 높아 수주를 포기하는 상황도 나오고 있다”면서 “경제가 발목을 잡힌다면 IT산업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 전략으로 급변하는 세계경제에 민첩 대응하고 중장기 경제구조 및 산업 재편, 1인 가구·저출산·고령인구 대응, 슈퍼컨슈머·언택트 문화, 일 잘하는 방법과 기업문화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 신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선 건강·환경·바이오 에너지를 접목하고 비대면 채널 O2O확대를 꼽았다. 또 글로벌 경영 인프라 구축과 디지털 워크 플레이스, 오픈 이노베이션 등도 중요하다. 이 대표는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한국식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뉴딜에서 찾아야 하고 그 한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과 소프트웨어(SW)산업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정부의 규제보다 지원이 중요하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예컨대 국내 플랫폼을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1차 산업혁명 시대 영국에서 마차 사업을 보호하려고 자동차 운행을 규제했던 '붉은 깃발법'이 우리나라에서 재현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4P→4C→4M 사업 전략 변화…'디지털 기술' 관건
이 대표는 기업들의 구조적 관점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1960년대 제롬 맥카시(Jerome McCarthy)가 창안한 '4P 전략'은 판매자(기업) 관점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1990년대 로버트 로더본(Robert Lauterborn) 교수가 제창한 '4C 기법'은 소비자(고객) 관점으로 진화했다. 여기서 한 단계 나아가 생존 관점의 '4M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4M 전략은 M&A, MZ세대, 멤버십(Membership), 메타버스(Metaverse)로 정의했다.
이 대표는 “'4P 전략'과 '4C 전략'은 현재도 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론 고객에게 가치를 줄 정도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기업의 M&A와 얼라이언스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또 고객이 소속감을 느끼는 멤버십은 보다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과거 장소의 개념이 물류와 편리를 위한 관점이었다면 앞으로는 가상공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Z세대와 관련해선 “과거에도 10대와 20대가 어느 시대에도 존재했다”면서 “단순 세대의 개념보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관점으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러한 사업 모델 혁신을 위해 디지털 기술이 가장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과 시장 가치사슬을 혁신한 기업이 주목받고 시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양한 문화와 실생활의 경험에서 신사업 원동력을 찾을 수 있다. IT 측면에서 보면 고객 경험과 디지털 기술이 있어야 사업의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통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유통은 과거 점포와 생산자, 고객이 연결된 산업으로 정의됐다. 이대표는 최근 유통산업은 플랫폼과 슈퍼컨슈머, 제품의 연결로 변화했다고 봤다. 슈퍼컨슈머의 특징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급자 중심의 시장을 소비자 중심으로 바꾼다.
이 대표는 “코로나19와 IT 신기술은 전 산업 분야에 걸쳐 파괴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면서 “유통 역시 신규 사업 모델과 디지털 기반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