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와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공동으로 국내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외국인 이공계 석박사 인재에 대한 기업 수요를 조사·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국내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현황 조사, 만족도 조사, 졸업 후 희망 진로 등에 대한 조사 사례는 다수 있었지만, 조사 대상 기업을 대규모로 하여 외국인 유학생 채용수요 및 요구 역량 등을 조사·분석한 것은 이번이 국내 최초다.
최근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고급 R&D 인재의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향후 10년 내에 국내 고급 과학 인력이 약 1만 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이번 조사는 외국인 석·박사 연구인력의 효과적인 양성과 활용에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한 우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영주권 및 국적 취득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내용의 법무부 '패스트트랙' 도입 추진 등 우수 유학생의 국내 채용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여서 조사의 의미가 크다.
현재 국내 이공계 대학원생은 총 86,562명이며 이중 약 10%인 8,321명이 이미 외국인 유학생이다. 그러나 한국직업능력연구원(2017~2019) 조사에 따르면 총 2,767명의 국내 박사학위 취득 외국인 유학생 중 국내 취업 비율은 42%였으며, 나머지 58%는 자국으로의 귀국 또는 해외 취업 등으로 진로를 이어갔다.
이들을 국내 과학기술 연구인력으로의 채용,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현지 소통 인재 확보, 그 외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의 활용 등 측면에서 외국인 우수인재의 양성 이후 활용에 대한 전략·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조사 대상 기업은 대기업 6개(2%), 중견기업 13개(4%), 중소기업 185개(62%), 벤처기업 96개(32%)로 기업부설 연구소를 보유한 국내 300개 기업이다.
먼저 채용현황을 보면, 300개 기업 중 약 24%인 73개 기업은 외국인 연구인력을 채용하고 있으며, 기업당 평균 외국인 채용은 2명이었다. 학력별로는 학사 1.1명, 석사 0.6명, 박사 0.3명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국내 유학생 출신 외국인은 35% 수준인 0.7명이다. 외국인 유학생을 연구개발에 활용하는 이유는 내국인 연구인력 부족(43%), 해외시장 진출 업무에 활용(43%), 국내 인력 대비 전문성 및 능력 우수(33%) 등이 제시됐다.
외국인 연구인력 미채용 기업은 조사 대상 기업의 76%로, 주요 미채용 사유는 국내의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정보 부족(43%), 내국인 연구인력으로 충분(외국인 연구인력 필요성 없음, 17%), 한국어 의사소통의 어려움(15%), 행정적 비용 및 제약(9%) 등을 응답하였다. 반면, 외국인 연구인력 미채용 기업의 60%가 향후 외국인 연구인력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개방적 입장을 나타냈고, 선호 학력은 석사급(61%), 학사급(47%), 박사급(27%) 순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연구인력 활용 전공 분야는 전기/전자/컴퓨터가 52%로 가장 높았고, 화학/생명과학/환경이 21%, 인문/사회과학이 12%, 그리고 의료/약학/보건학, 기계, 재료 등이 각 8%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외국인 연구인력 채용 시 기업 내 담당 직무는 연구개발(R&D)(86%), 영업 및 판매(22%), 현지 파견(19%) 순으로, 연구개발이 타 직무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채용 방식은 공개채용(수시모집)이 55%로 가장 많았고 지도교수 등 학계 추천(40%)이 뒤를 이었으며, 홍보 방식은 채용 사이트가 74%로 높게 나타났다.
외국인 연구인력 채용 시 요구 역량 및 고려사항은 개인 역량이 98%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업무 관련 지식과 전공(95%), 영어 및 현지어를 포함하는 외국어 능력(86%), 연봉 수준(76%) 순으로 나타나 개인 역량과 지식 외에도 연봉 수준이 주요한 고려 요인으로 조사되었다.
출신 국가별 외국인 연구인력 선호도는 아시아권이 51%로 높게 나타났다. 그 중 베트남(27%), 중국(22%), 인도(21%)가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고 일본(11%), 필리핀(7%), 인도네시아(7%)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출신 지역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7% 정도로 높아 출신 지역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한, 조사 대상기업의 69%가 외국인 연구인력을 현재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하였으나, 이들 기업은 외국인 연구인력 채용정보 부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 밖에 외국인 채용에 시간과 비용, 내부적인 노력이 국내 연구인력 대비 추가소요 부담을 애로점으로 응답했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방안으로 외국인 연구인력 인재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서비스 제공(32%), 채용 보조금 지원(26%), 고용비자 발급조건과 절차 대폭 완화(20%) 등이 제시되었다.
한편 UST는 재적생의 약 34%(약 450명)가 외국인 유학생으로, 국내 이공계 대학원 평균인 10%를 크게 상회하는 특징을 활용, 외국인 석박사 우수인재와 국내 기업 간 채용을 연결하는 유링크(U-LINK) 사업을 2019년부터 운영, 국내 기업의 R&D 인력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UST 출신의 우수한 석·박사급 고급 과학기술 인재를 우리나라 산업 및 과학기술 분야에 연계하고 있는 사업으로, 약 28개 기업이 협의를 진행했으며,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법인 등 기업에 U-LINK를 통한 UST 석·박사 학위자들을 추천·매칭한 바 있다.
UST 김이환 총장은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졸업생들은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높은 수준의 연구역량을 동시에 갖춘 고급 R&D 인력으로,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에도 역할하며 큰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라며 “외국인 인재들이 국내 과학기술계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졸업 후 정착 등에 산·학·연·관이 뜻을 모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