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6·1 지방선거가 남긴 것

3개월 격차를 두고 치러진 대선과 지방선거의 태풍이 지나갔다. 드디어 정치 계절이 끝난 것 같은 느낌이다. 선거에 연관된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일반 국민의 심정이 그렇지 않을까.

6월 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중앙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세력 교체가 필요하다는 민심의 심판장이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자리 가운데 12석을 차지하는 압승으로 윤석열 정부의 초반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 더불어민주당에 14석을 내준 4년 전의 참패를 고스란히 갚았다. 대선 패배로 야당이 된 민주당은 가까스로 경기도를 사수했지만 지도만 놓고 보면 사실상 지역정당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정치권은 민심의 거대한 파도가 어떻게 이 같은 지방정부 지형을 만들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 봐야 할 것이다.

출발점은 어떤 정치 세력이건 '오만해지면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명제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요약하는 '민주당 참패'가 결국엔 오만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직후 0.73%포인트(P) 차이라는 초박빙 선거 결과에 '졌지만 잘 싸웠다'(졌잘싸)는 인식에 사로잡혀 쇄신의 기회를 흘려보냈다. 어떤 선거든지 '졌잘싸'는 없다. 패했다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그 결과를 외면한 채 거대 의석을 무기로 해서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인 모습은 '오만'이라는 단어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의 오만은 2020년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으며 거대 여당이 되면서 싹텄다고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과제를 잘 마무리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이제 밀어붙여도 된다'고 오판하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시작된 민심의 동요를 간파하지 못했다. 자신조차 다스리지 못하는 온갖 행태와 탈원전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도 국민에게는 오만하게 비쳐졌을 것이다. 2년 후 총선을 위해 민주당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승리에 도취하지 말고 민심을 제대로 헤아려야 한다. 선거 직후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더 잘 챙기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은 일단 바람직하다. 지금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하위 출산율에다 고령화 진행으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기업과 산업의 활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아우성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팍팍한데 경제 활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외부 환경도 만만치 않다. 신냉전과 자국 이기주의, 기술 패권경쟁 등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글로벌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이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 경제를 살릴 협치를 보여 줘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오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41.9%의 국민 2173만여명은 앞으로 5년 동안 집권세력이 혹시라도 또 오만해지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다. 낮은 자세로 경제를 살리는 실용적 행보를 보여 준다면 투표장에 나오지 않은 국민들도 서서히 화답할 것이다. “첫째도 경제, 둘째도 경제, 셋째도 경제라는 자세로 민생 안정에 모든 힘을 쏟겠다”는 윤 대통령의 다짐을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정치 계절은 끝났으니 이제 생각과 정책 대전환을 통해 경제의 봄을 앞당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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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석 산업에너지환경부 데스크 jsy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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