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출구조사와 개표결과 발표가 이어지자 여야 반응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박수와 환호를 숨기지 못했다.
23시 30분 개표 상황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광역단체장 선거 10여곳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개표 결과 발표 이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개표종합상황실은 침묵만이 흘렀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주와 전남, 전북, 제주 등을 제외하면 우위를 점한 지역이 없었다.
격려를 위해 개표상황실을 찾은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들 표정도 좋지 않았다.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박지현·윤호중 상임선대위원장 모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중계방송만을 응시했다. 특히 경기도와 충청남도, 대전 등에서 열세라는 결과표를 받자 탄식과 한숨만이 공간을 채웠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약 12분 만에 아무 말 없이 자리를 떴다. 곧바로 나선 윤 상임선대위원장은 어두운 표정으로 “투표해주신 국민께 감사드린다. 개표 결과를 계속해서 지켜보겠다”고 말을 줄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비공개 비상대책위원회를 여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당의 수습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밤새 개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회의를 거듭하며 대응 방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 오후부터 묘한 기류가 흘렀다. 선거운동 기간 “투표하면 이긴다”며 투표를 독려했지만 막상 당일이 되자 예상외로 투표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지난 27~28일 진행한 사전투표에서 역대 지방선거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인 20.6%를 기록해 살짝 고무되기도 했지만 결국 이는 위기감으로 바뀌었다.
접전지로 꼽히는 경기도 역시 일찌감치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를 지역구로 둔 한 민주당 의원은 “투표율이 낮아 큰일”이라며 불안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반면에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서울 수성에 성공한 데다 인천에서도 승리가 예측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충북과 충남 등에서도 탈환이 예상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기대감이 개표상황실을 감쌌다. 특히 경기도를 포함한 주요 격전지 모두에서 승리한다는 결과가 나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자리에서 모두 손을 잡고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국민의힘은 이날 시종일관 다소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자신문과 만나 “투표율이 낮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는 경기와 세종, 제주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경기도에서는 투표율이 낮아 불안해하는 모습도 있었다. 경기도 지역 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경기도는 투표율의 높고 낮음에 따른 유불리를 분석할 수 없는 지역”이라며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긍정적인 전망을 내린 관계자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당 국회의원은 바닥 민심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예전에는 욕도 하고 쫓아내는 사람도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예전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심의 무서움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재보궐선거와 이번 대선, 지선 등을 통해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직접 체감하고 있다”며 “기회를 준 만큼 일을 열심히 해 반드시 4년 뒤에 다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재진에게 “윤석열 정부에 힘을 줘야겠다는 국민 뜻이 반영된 결과”라면서 “국민의힘이 잘 나서 성원을 받은 게 아니다. (이번 승리는) 민주당의 오만불손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 민심을 잘 파악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