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점차 경감되고 '엔데믹'을 준비하는 시기에 또 다른 충격이 닥쳐왔다. '원숭이두창' 얘기다. 아직은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지만 전 세계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유사하다. 발진과 고열을 동반한다. '두창' 역시 천연두를 이르는 말이다. 주로 아프리카 내 야생 동물 사이에 전파되는데 1958년 덴마크 실험실의 한 원숭이에게서 천연두와 유사한 병을 발견, 이를 원숭이두창으로 부르고 있다.
그런데 사람에도 전파가 가능하다.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동물이 사람에게 병을 옮긴다. 피나 체액에 접촉하거나 심지어는 만지기만 해도 걸릴 수 있다고 한다. 다행히 천연두에 비해서는 전염성, 중증도가 낮다.
사람이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경우는 그동안 흔치 않았다. 이 때문에 병이 콩고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국가를 중심으로 풍토병이 됐어도 다른 지역으로 퍼지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2003년 미국에서 확산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것 역시 설치류를 통한 감염이었다. 지역사회 전파는 없었다.
문제는 지금 상황이 이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인 감염자 발생이 보고됐다. 서유럽에서 급격하게 퍼졌다. 감염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기는 것이다. 동물에서만 감염이 이뤄지는 것 보다 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영국의 경우 이미 감염자와 접촉한 이들의 3주 자가격리 지침을 내렸다. 그나마 비풍토병 지역에서는 치명률이 1% 미만으로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대유행으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나온다. 먼저 코로나19와 달리 대부분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비말 감염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입장이다.
원숭이두창이 DNA 바이러스라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싣는다. DNA 바이러스는 변이가 RNA 바이러스보다 활발하지 못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대표적인 RNA 바이러스다. 물론 변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백신 등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코로나19 때와 달리, 기존 천연두 대응책을 쓸 수 있다는 점도 우리를 안도하게 한다. 특히 과거 천연두 백신을 맞은 70년대생 이전 세대는 질병에 더욱 안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이런 여러 이유에도 불구하고 안심은 금물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 당시에도 초기에는 병이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바꿀 정도로 세계 전역 곳곳을 강타할 줄 몰랐다.
우려되는 점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갖가지 혐오 인식이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성 간 접촉으로 원숭이두창이 퍼졌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호모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와 원숭이두창 확산을 연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같이 나온다. 원숭이두창은 성병이 아닐뿐더러, 이성 성관계도 원숭이두창 감염을 부를 수 있다. 동성애에만 원죄를 지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