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픈, 게임물 아닌 운동 앱 판단
"게임성 존재하지만 주 요소 아냐"
의미·정의 모호…업계 혼란 키워
회의록·요약본도 공개 안 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모호한 판단에 게임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가상자산을 포함하는 '게임성' 판단의 알 수 없는 기준 때문이다. '게임성'의 근거를 업계에 설명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돈버는게임(P2E),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업체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사업 예측 가능성을 높여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최근 M2E(Move to Earn) 프로젝트 '스테픈'을 게임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스테픈은 150만원 상당의 운동화 대체불가토큰(NFT)을 구매한 후 야외에서 달리기나 걷기를 하면 운동화 특성과 레벨에 따라 가상자산을 얻거나 성장 또는 합성한 운동화 NFT를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앱이다. 게임위 관계자는 26일 “게임법상 게임은 오락과 여가선용이 주가 돼야 하는데 스테픈은 일부 게임성이 있지만 주 요소가 아니므로 게임이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게임위의 모호한 판단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게임성은 정확한 의미와 정의를 도출하기 어려운 단어다. 업계, 학계, 법조계, 게임 전문가도 게임성을 명확히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관습적으로 게임이 담고 있는 게임다움, 재미 등으로 해석되곤 한다.
스테픈은 걸으면서 포켓몬을 성장시키고 획득하는 게임인 '포켓몬 고'와 유사하다. 애초 자율등급분류사업자에 의해 게임으로 분류됐다. 외형뿐만 아니라 운동화를 성장시켜서 채굴의 효율성을 올리거나 좋은 운동화를 얻는 게임의 주된 콘텐츠가 게임 플레이 경험과 같다. 레벨업과 스태츠가 있으며, 네 가지 젬 슬롯은 RPG 장비에 대응하는 등 RPG 흐름과 동일하다.
게임위는 '유나의 옷장' '파이브스타즈' '무한돌파삼국지' 등 흐름이 유사한 블록체인게임은 사행성을 이유로 등급분류를 거부하거나 국내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여기에 최근 P2E 게임 플랫폼 갈라게임즈가 등급분류를 받지 않았다고 국내에서 서비스를 중지시키기도 했다. 이는 스팀 플랫폼에서 다수 게임이 등급분류를 받지 않고 유통되지만 이를 제재하지 않고 있는 것과도 전혀 다른 대응 방식이다.
업계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미니게임, P2E 게임 판단 등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명확한 기준을 알 수 없어 답답한 상황이다. 결정한 이유가 구체적이고 명확하면 사업 방향을 잡고 미래 계획을 세울 수 있지만 게임위는 회의록은커녕 요약본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게임법상에는 회의 내용 공개가 원칙이지만 위원회의 의결로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은 있다. 사업자들은 게임성이라는 모호한 단어로 판단할 수 있는 구조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조차 들여다볼 수 없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포켓몬 고는 게임이고 스테픈은 게임이 아닌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면서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설명도 제대로 안 해 준다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메타버스 플랫폼 내 미니게임 P2E 판단 등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