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부사장)이 영업비밀 도용 의혹에 대해 “삼성의 특허방어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사법적 판단 관할 또한 미국이 아닌 한국 법원에 있다고 주장함에 따라 삼성전자와 전직 임원 간 특허 분쟁이 국내로 무대를 옮겨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특허전문매체 등에 따르면 안 전 부사장과 조 모 전 삼성전자 IP센터 사내변호사는 최근 현지 변호인단을 통해 미국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반소(맞소송)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했다.
안 전 부사장 측은 반소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미국 텍사스 법원이 영업비밀 도용 혐의와 관련해 사법권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한국인 직원 간 분쟁 사건인 만큼 한국 법원에 적절한 관할권이 더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도용된 영업비밀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에 재직하며 취득한 정보와 별개로 스테이턴 테키야가 보유한 특허권 가치에 기반을 두고 소송이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안 전 부사장과 조 전 변호사는 삼성전자 퇴임 후 특허관리전문업체 시너지IP를 설립, 미국 스테이턴 테키야와 공동 원고로 삼성전자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영업비밀 도용과 신의성실 위반 등 혐의로 미국 법원에 반소를 제기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안 전 부사장과 조 전 변호사가 삼성전자 재직 중에 특허 관련 사업을 구상하고, 또 다른 특허법인인 지코아 등을 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지코아 역시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보유한 디지털 방송 표준 관련 특허를 145억원에 매입, TV 분야에서도 특허 수익화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국내에서 안 전 부사장 등에 대한 별도의 법적 조치는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분야 최고위 임원까지 지낸 전직 인사와 관련된 송사의 국내 확산에 대한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특허침해 소송 역시 장기전이 예상되는 만큼 절차에 따라 현지 대응을 우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