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학가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대규모 미달 사태는 20년 전부터 예고됐다. 신생아가 적다면 18년 후 입학할 자원이 줄어드는 것은 명약관화했다. 2011년 대학 입학 연령 숫자가 70만명에서 2021년 47만명으로 급감한 것은 정확하게 18년 전 예측이 됐던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학은 준비하지 못했다. 작년에는 4만여명이 미달돼 지방대와 전문대가 직격탄을 맞았다. 다행히 올해는 작년보다는 상황이 나았지만 2024학년도가 되면 미달 인원이 10만명이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24학년도 대입을 치르는 현 고2는 41만3882명으로, 올해 고3보다 2만5628명 적다. 반면에 4년제 정원은 4828명만 감소한다. 미달 사태는 불보듯 뻔하다.
그동안 대학이나 정부가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10년 전 구조개혁평가라는 명칭으로 '살생부'를 만들고 정원 감축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벚꽃피는 순서로 망한다'던 대학은 여전히 연명하고 있고 다 같이 '위기'라는 폭탄을 들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누구 하나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들지는 못한다. 정부는 평가 지표 기준을 대폭 낮추고 탈락한 대학에 추가선정까지 하면서 연명을 도왔다. 재정지원사업이 살생부라고 불렸던 것도 옛말이다.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자금을 지원하자는 취지였지만 지역 의원과 동문회가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면 탈락해도 살아날 길이 열렸다. 지난해 재정지원사업에서 52개 대학이 탈락하자 교육부 앞은 해당 대학 학생, 동문회, 교직원 시위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결국 국회가 예산을 증액하면서 올해 추가 선정이 이뤄졌다. 교육부는 아예 앞으로 기본역량진단평가 역시 대학의 자율적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정부의 '돈'을 무기로 대학 구조조정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결국 대학 스스로가 살 길을 찾아야 한다. 한번의 기회는 남았다. 2024년까지 버틴다면, 당분간 안정화기에 접어든다. 18년 전 신생아 숫자를 따져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학령인구가 급감하다 10년간은 또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그 수준을 유지한다. 10여년 후에는 30% 감소 수준이 아니라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다행히 살길은 있다. 곳곳에서 나오는 혁신사례에 주목할 만하다. 지역 산업과 밀접하게 연계해 대학이 지역을 살리기도 하고 전국에서 주목하는 특화된 과정 운영으로 인기를 끄는 학과도 있다.
안동대는 지역소멸 고위험 중심권역인 경북북부권 청년인구 유출에 지역 산업과 함께 대응해 갔다. 농민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지역 농·생명산업 특화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산학협력을 통해 백신학과도 운영한다. 산학협력 선도대학(링크플러스)에서도 성공사례로 꼽힌다.
충북대학교 위기관리학과 대학원은 전국에서 신입생이 지원한다. 곳곳에서 터지는 재난위기에 기후위기까지 위기관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역 전문가뿐만 아니라 중앙부처 공무원이나 다른 지역 전문가들까지 찾아온다. 심지어 재수해서 대학원에 들어왔다는 학생도 있다.
원광보건대는 지역산업체와 함께 지역 쌀을 이용한 고부가가치 상품화에 도전했다. 대학 내 협동조합 산학일체형 매장 구축을 통해 공동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동 판매해 수익을 창출했다. 이를 다시 재투자해 선순환 상생 발전 체계를 구축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오히려 균형발전의 열쇠를 대학에서 찾는다. 대학을 중심으로 지역 생태계가 꾸려진 '대학도시'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앞으로 10년이다.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27만명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체계라면 대학 절반이 문을 닫거나 유령대학으로 머무를지도 모른다. 마지막 기회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