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보기술(IT) 기술자가 신분을 속이고 일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급여 등 자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갔을 것으로 의심된다. 사이버공격 등 보안성·안정성 문제도 우려돼 한국 산업계에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요미우리신문은 최근 일본 가나가와현 경찰이 북한 IT 기술자에게 명의를 빌려준 현지 거주자 1명과 친족 2명을 국외 부정송금 등에 관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북한은 세계 각국에 IT 기술자를 내보내 소프트웨어(SW)와 모바일 앱 개발 등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일본 경찰은 이번 사건도 비슷한 유형으로 보고 자금 일부가 북한으로 송금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신문은 수사기관을 인용해 일본 거주자로 위장한 IT 기술자는 중국 랴오닝성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40대 북한 국적 남자라고 전했다. 그는 재일 한국인 명의로 프리랜서 IT 개발자를 법인·개인과 연결하는 서비스에 가입한 후 일본 기업으로부터 앱 개발·수정 등 관련 업무를 수주했다. 이에 따라 이 남자는 지난 2019년 이후 지도 앱 업데이트, 대기업 사이트 보수 등 총 7건을 담당했다. 일본의 한 지방자치단체 방재 관련 앱 수정 작업에도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보수는 계약 명의자인 한국 국적자 계좌로 송금됐다. 이 남자는 일부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북한 IT 기술자의 친척인 도쿄 거주의 한 여성에게 다시 이체했다. 이 여성은 북한 IT 기술자가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자기 명의의 직불카드를 중국으로 보냈다. 지난 2019년 2~6월 해당 카드를 이용해 중국에서 인출해 간 금액은 약 400만엔(약 4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수사기관 관계자는 “(이번 수법이) 북한에 자금을 제공해서 경제 제재의 허점이 될 뿐만 아니라 일본 거주자의 개인정보를 넘겨줄 수 있다”면서 “기업과 지자체가 (IT 개발 관련) 계약 당사자의 신원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최근 주요 기업에 북한이 고도로 숙련된 IT 인력 수천명을 한국인·중국인으로 위장해 기업에 침투시켜 외화 획득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경고 지침을 내렸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거나 금융거래를 하는 기업은 제재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