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값 급등' 불똥…배터리-ESS 업계 가격연동제 '충돌'

광물값 상승…제조비 부담 가중
공급계약 후 납기까지 변동성 커
배터리 “완성차 이미 수용” 촉구
ESS “단발성 수주 대부분”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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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업계가 원자재 값 가격연동제 도입을 놓고 격돌했다. 광물·원재료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배터리 제조 비용도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완성차 업체는 이미 가격연동제를 수용한 반면에 ESS 업계는 수용 불가 입장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현대일렉트릭, 효성, LS일렉트릭, LG전자 등 국내 ESS 업체에 가격연동제를 요구했다. 완성차 업계가 이미 수용한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ESS 업계는 수년간 배터리를 꾸준히 공급받는 전기차와 달리 단발성 가격경쟁 입찰방식이 대부분이어서 가격연동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가격연동제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소재-배터리 셀-완제품' 업체 간 상승분 부담을 각각의 구매자로부터 보전받는 제도다. 원자재 값이 내리거나 오를 경우 그 차액만큼 구매자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계약 후 납기 일 기준으로 2개월 전에 배터리 공급가격을 다시 책정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3개월 전 가격을 기준으로 ESS 업계와 협의했다. 광물·원재료 값이 수시로 올라 애초 계약 가격으로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리튬계 배터리 양극재의 주원료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 비철금속 가격은 크게 올랐다. 지난 1년 전과 비교해 니켈 가격은 70% 상승하고 리튬과 코발트는 각각 6배, 2배 급등했다.

ESS 업계는 가격경쟁력이 배터리 구매 입찰을 결정하는 만큼 가격연동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ESS는 전기차 등 완성차와 달리 단발성 사업이 대부분인 데다 전력회사 등 고객사와의 ESS 계약 당시 가격을 확정하기 때문에 이후 가격연동제에 따른 추가 비용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ESS 업체 관계자는 18일 “배터리 업계의 요구는 100원에 계약한 후 200원으로 오른다면 그만큼 돈을 더 달라는 것”이라며 “완성차 업계는 차량 가격을 인상하면 부담감을 해소할 수 있지만 ESS 사업은 단발성이고, 고객사 역시 고정고객이 아니라 보전받을 곳이 없다”고 강조했다.

ESS 업계가 배터리 가격연동제를 보이콧하면서 ESS 분야 중소기업은 아예 배터리를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소기업의 자본력으로는 가격연동제에 따른 추가 인상분을 부담하지 못할 공산이 커서 배터리 업계가 애초부터 거래하지 않은 상황이다. 배터리와 ESS 업계가 원만한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ESS 생태계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미국 테슬라는 잇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올해 들어 3~4차례 차량 가격을 올렸다. 주력 모델인 '모델3'와 '모델Y'는 작년과 비교해 400만~500만원 인상됐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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