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집단 '경동'이 경동나비엔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일부 부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경동원'이 계열사인 경동나비엔에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로 손실을 보며 판매한 행위를 제재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경동원은 2009년 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름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외장형 순환펌프를 매출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손실을 보면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경동나비엔을 지원했다.
특히 거래가격은 매출원가보다 낮은 수준일 뿐만 아니라 변동비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이는 생산을 할수록 손실이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이런 경우 기업은 생산 중단을 검토하게 된다.
기름보일러는 2000년대부터 도시가스 공급에 따라 대부분의 수요가 가스보일러도 대체됐다. 외장형 순환펌프는 기름보일러 가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장치로, 농업용, 산업용 등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기름보일러와 별도의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 시장에서 2018년 기준 경동나비엔의 시장점유율은 약 11.9%다.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은 기름보일러 시장 축소로 인해 사업자 간 경쟁이 치열하며 타사 제품으로의 대체도 어렵지 않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경쟁 요소로 꼽힌다.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동나비엔은 손해를 보지 않는 수준에서 납품가를 설정함으로써 경동원이 모든 손실을 부담하는 거래구조가 형성됐다. 실제로 기업집단 내부에서도 외장형 순환펌프를 생산할수록 손익이 악화되는 문제를 지적하며 납품가 현실화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반영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지원행위를 통해 10년 동안 경동원은 약 51억원의 영업손실을 부담했다.
공정위는 경동원의 지원행위가 없었을 경우 경동나비엔은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가격경쟁력이 악화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경동나비엔은 지원이 이뤄진 기간에는 외장형 순환펌프 시장에서 이익을 봤으나 지원행위가 종료된 2019년과 2020년에는 손실이 발생했다.
또한 계열회사 간 내부시장이 공고해지면서 경쟁사업자의 사업기회,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봉쇄되는 효과도 발생했다. 공정위는 경동나비엔의 외장형 순환펌프 및 기름보일러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확대되는 등 경쟁이 저해됐다고 판단했다.
공정위의 조치에 따라 시정명령과 함꼐 경동원은 24억3500만원, 경동나비엔에는 12억4500만원의 과징금이 각각 부과됐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이번 조치는 국민생활과 밀접한 보일러 및 펌프 시장에서 계열회사 간 지원을 통해 공정한 거래질서를 저해한 행위를 제재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