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의 폭락 후폭풍이 여전히 거세다.
이를 발행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의 권도형 최고경영자(CEO)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 며칠간 UST 디페깅(1달러 아래로 가치하락)으로 큰 충격을 받은 직원, 친구, 가족 등 테라 커뮤니티 회원들과 전화를 했다"며 "내 발명품(루나·UST)이 여러분 모두에게 고통을 줘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재구성하는 '테라 생태계 부활'도 제안했으나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도지코인 개발자 빌리 마커스는 권 CEO를 향해 "새로운 희생자를 만들지 말고 영원히 이 업계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권씨를 '도박꾼'이라고 칭한 마커스는 "루나와 UST에 대한 내용을 읽을 때 마다 트리거(트라우마를 유발하는 소재)가 촉발된다"며 비난했다.
이 가운데 폭락 사태 약 일주일 전에는 권씨가 코인의 몰락을 예견한 듯한 농담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졌다.
권씨는 지난 5일(현지시간) 체스 관련 인터넷 매체 '체스닷컴'을 통해 미국의 체스선수 겸 유튜버인 알렉산드라 보테즈와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질문자인 보테즈 선수가 "가상화폐 기업이 향후 5년간 얼마나 남을 것이라고 보느냐"고 묻자 권씨는 웃으며 "95%는 죽을(몰락할) 것이다. 그걸 지켜보는 일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보테즈 선수는 다소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재미있을 거라고?"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인터뷰 나흘 뒤인 9일, 테라와 루나의 페그가 깨지면서 이 같은 발언이 재조명됐다.
가격이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테라 가치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테라는 발행 담보를 설정하는 대신 차익거래 시스템을 통해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1테라=1달러' 가격을 유지해왔다. 테라 가치가 하락하면, 투자자들로부터 테라 코인을 예치 받아 연 최대 20% 이자를 지급했다.
하지만 테라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진 ‘디페깅(달러와의 가치 유지 실패 현상)’이 일어나자 루나의 가치도 급락했다. 지난달 119달러(약 15만원) 선에서 거래됐던 루나는 12일 기준 0.20달러까지 떨어졌다. 테라와 루나는 사실상 가치를 부여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한때 암호화폐 시장에서 '코인계 일론 머스크'로 평가받던 권씨는 이번 사태로 '코인계 엘리자베스 홈즈'로 전락했다. 엘리자베스 홈스는 의료기업 테라노스의 창립자로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사기꾼으로 판명 난 인물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