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하락' 루나 사태 일파만파…정부 긴급 점검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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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한때 시가총액 50조원 규모를 자랑했던 가상자산 '루나(LUNA)'의 가치가 사실상 0원에 가깝게 수렴하게 됐다. 테라와 루나를 개발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생태계를 부활시키겠다는 입장이지만, 눈에 띄는 묘책이 없는데다 이미 투자자들과 업계 전반에서 신뢰를 잃었다는 평이 나온다.

15일 기준 루나는 바이낸스, 업비트 등 국내외 대부분 주요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오는 16일 고팍스를 시작으로 각 거래소 사정에 맞게 순차 퇴출된다. 루나 가치가 며칠만에 99% 이상 하락, 1개 코인 가격이 0.5원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사용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테라 블록체인은 12일 한때 블록생성이 중단되기도 하는 등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권도형 CEO 역시 테라 프로젝트 실패에 대해서 인정했다. 그는 14일 트위터를 통해 "탈중앙화 경제에서는 탈중앙화 통화가 마땅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UST(테라USD)는 그 역할을 할 수 없다“며 ”내 발명품이 모두에게 고통을 줬다는 점에서 비통하다”고 말했다.

권 CEO는 테라 생태계를 되살릴 방안 중 하나로 새로운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테라 커뮤니티에 '테라 생태계 부활 계획'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루나 보유자들이 너무 많은 피해를 입어 생태계를 구축하기 힘들고 UST도 너무 많은 신뢰를 잃었다”며 “기존 테라 블록체인을 포크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라USD의 가격이 폭락하기 전 관련 코인들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에게 새롭게 생성된 코인을 분배하겠다는 내용이 부활안의 골자다. 권 CEO는 테라 커뮤니티 구성원들에게 이를 투표로 결정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번 테라 사태 원인으로는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원론적 취약성이 드러난 결과라는 해석이 중론이다. 이에 더해 악의적 세력의 공격이 루나와 테라의 붕괴를 가속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테라USD의 페깅시스템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지속 제기돼 왔다. 비트파이넥스의 '테더(USDT)', 바이낸스의 'BUSD'를 비롯한 다른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를 담보로 잡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의 '차익거래'에 의존해 미국달러와 가치를 연동하는 테라의 방식은 페깅이 일시적으로 깨지더라도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론적 약점을 노린 기관이 루나의 폭락을 배후 조정했다는 음모론도 있다. 지난 1992년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투매해 유럽 환율 메커니즘을 무너뜨렸던 '검은 수요일' 사건과 유사한 점이 많다는 주장이다. 자산운용사 블랙록, 헤지펀드 시타델, 제미니거래소 등이 이번 사건 용의선상에 올랐으나, 이들 모두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에서는 USD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이전부터 존재했는데, 이번 사건은 규제 강화에 대한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국은 향후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을 제도권 은행들로 한정할 수 있고, USDC 등 제도권 친화적인 스테이블코인이 상대적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 폭락 사태로 가상통화 시장이 요동치자 금융당국이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 사태가 터지자 긴급 동향 점검에 나섰으며, 주요국들의 가상화폐 규제 법률에 대한 제정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련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는 민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정부가 개입할 수 없어 사태를 모니터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투자자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재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속도를 내는데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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