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내년 시범사업 실시
중기 인증비용 부담 줄이고
ESG 의무화 맞춰 정량 평가
공공입찰 시 가산점 등 검토
오는 2024년부터 국내 처음으로 가전제품에 재생 소재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수치화하는 자율 인증제도가 실시된다. 선진국 중심으로 확산되는 재생소재 사용 의무화에 대응하고 글로벌 친환경 움직임에 동참하는 취지다. 외국 인증기관을 통한 값비싼 인증 비용을 줄이고 재생소재 활용 확대를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4년 시행을 목표로 전자제품의 재생소재 사용 현황을 인증하는 '재생자원 인증사업'을 추진한다. 사업은 세탁기,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기업이 원할 경우 재생 플라스틱 등 재생소재가 얼마나 들어갔는지 확인해 주는 자율 인증제도다.
인증기관이 협력사 등 공급망을 추적해서 재생소재 종류와 적용 범위 등을 검증해 수치로 표기한다. 인증 대상 소재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 등 플라스틱 소재를 가공한 재생 플라스틱이 유력하다.
산업부는 연내 인증제 설계 후 내년에 인증기관을 선정,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시범사업 결과를 반영해서 제도를 확정한 뒤 2024년에 첫 인증을 부여한다. 인증 주체는 국가·민간 모두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배터리 등도 인증 대상에 포함하는 한편 관계 부처와 논의해 공공입찰 시 가산점 등 인센티브도 검토한다.
전자업계의 재생소재 인증 요구는 꾸준히 제기됐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자사는 물론 협력사에도 재생소재 사용을 장려하지만 이를 검증할 공신력 있는 국내 인증 제도는 전무하다. UL 등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을 통해 인증 받는 게 방법이지만 높은 비용 때문에 중소 협력사의 부담이 크다. 산업부가 지난해 가전·전자제품에 대한 재생소재 인증제를 추진했지만 예산 확보에 실패했다. 올해 기존 산업계의 순환경제기반구축사업에 재생자원 인증 사업을 추가, 재추진 기반을 마련했다.
인증제가 시행되면 재생소재 활용 검증은 물론 인증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기업은 공급망 재생소재 활용 여부를 추적·검증하고, 중소기업은 인증 비용 부담을 줄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대기업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공시 의무화에 맞춰 친환경 활동을 정량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도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재생 소재 사용 인증을 요구하지만 국내 제도가 없어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컸다”면서 “인증 비용 부담을 줄이는 한편 수출 지원과 ESG 경영 동기 부여를 위해 인증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재생 플라스틱 등 재생 소재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은 향후 과제로 꼽힌다. 무리하게 인증만 요구할 경우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수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