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가맹점 수수료 경감 앞두고
신한·삼성 등 직매임 전환 나서
밴더사와 분쟁 대법원서 승소
"업계 전반으로 확대 가능성 높아"
카드사들이 비용관리를 위해 카드 매입 방식을 직매입 형태인 EDC(Electronic Data Capture)로 속속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초 시작된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여파가 2분기 본격 실적에 반영되는 가운데 손실을 선제 대응하기 위함이다.
특히 EDC 매입이 불공정 거래라던 밴사 주장도 지난해 대법원이 카드사에 손을 들어줘,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하나카드, 롯데카드 등이 4%에서 많게는 50% 수준으로 카드 매입 업무를 EDC로 전환했다. KB국민카드와 현대카드는 지난해 3월과 11월 소프트웨어(SW) 솔루션 기반 매입청구 대행사인 케이알시스(KRSYS)와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EDC 도입을 저울질 중이다. EDC는 데이터캡처 업무를 카드사가 직접 하고 전표 수거만 밴사에 위탁하는 방식이다.
EDC은 이전부터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에는 밴사들이 롯데카드 EDC 매입 관련 불공정거래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대법원은 롯데카드 손을 들어줬다. 이후에는 현대카드가 EDC 전환을 추진했지만, 밴업계 반발에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이은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더는 EDC 전환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일반적인 카드 매입 방식인 DDC(Data Draft Capture)를 이용했다. 예를 들어 A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밴사가 매입업무를 하고, 매출전표를 밴대리점이 수거하는 형태다. 이렇게 수거된 매출전표를 밴사가 회사별로 분류해 카드사에 전달한다.
카드사에겐 대행 비용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올해부터 영세·중소 카드 가맹점 우대수수료율이 0.5∼1.5%로 경감되면서 이 여파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카드가맹점 수수료 여파로 카드사 전체 수수료가 약 4700억원 감소될 것으로 관측했다. DDC의 경우 카드사는 밴사에 매입 수수료 명목으로 건당 10~17원을 지급한다. 우대가맹점 수수료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자가 동네 상점에서 카드를 결제할수록 더 커지는 구조가 됐다.
이에 카드사는 DDC에서 EDC로 매입 방식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 매입 방식을 DDC에서 EDC로 전환할 경우 종전 10~17원이던 매입 수수료가 6원 안팎까지 줄어들게 된다. 과거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면서 이익 관리에 매진했지만, 더는 비용축소 여력도 없어졌다. 여기에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포함되면서 대출 수익 감소까지 직면했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확대되는 상황에 카드사의 카드 매입 EDC 전환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카드사들이 눈치를 보고 있지만, 향후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밴업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카드사들이 밴사에도 고통분담을 요구하면서 전체 실적이 악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사 매입 업무를 EDC로 전환할 경우 밴사는 수익이 더 악화돼 밴대리점 등에 주던 전표수거 수수료 제공이 어려워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밴사의 2020년 기준 당기순이익은 1040억원이다. 이는 전년 대비 33.9% 감소한 규모다. 밴사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1707억원 △2018년 1703억원 △2019년 1574억원 등으로 급락하고 있다.
밴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EDC 전환 시도는 후방산업인 밴과 밴대리점에게 치명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추세가 확대될 경우 영업활동이 어려워 결국 가맹점이 피해를 보고, 소비자 카드결제에도 큰 제약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