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중은행들, 코어뱅킹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 3%에 불과…국내는 전무
서서히 기지개 켜는 코어뱅킹 클라우드…코어뱅킹 SaaS 솔루션도 등장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 전략 한 축으로 '클라우드 퍼스트'를 외치고 있다.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은 은행, 보험, 증권 및 기타 금융 서비스(BFSI) 기업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필수며, BFSI 기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 제공을 개선하면서 민첩성을 높일 수 있는 문을 열어주고 있다.
금융 전문 미디어 파이낸셜 브랜드는 2022년 시중 은행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클라우드 전환을 꼽았는데 BFSI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할 때 장점은 다양하며 강력하다. 특히 블록체인 분산형 금융 기술, 인공지능(AI)·머신러닝(ML)과 클라우드 컴퓨팅 융합은 대출 심사에서 위험 분석, 자금 세탁과 부정행위 방지, 비교 견적을 포함한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 추천 및 판매 등 다각도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금융권 핵심 업무시스템, 특히 은행 코어뱅킹 시스템은 클라우드 전환이 매우 더디다. 기존에 자체 운영해온 데이터센터, 방대한 고객계좌 데이터, 결제 및 거래 기록을 처리해온 시스템, 엄격한 정부 규제, 사이버 공격 우려 등은 금융권 백엔드 시스템 클라우드 전환을 더디게 한다.
액센츄어는 글로벌 100대 은행을 대상으로 업무 워크로드 클라우드 전환 현황을 알아보는 지수 ABCRI(Accenture Banking Cloud Rotation Index)를 지난해 신설했는데, 워크로드를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및 분석 △제반 지원(Surrounds) △코어 4가지로 구분했다. ABCRI에 따르면 100대 은행에서 코어뱅킹에 클라우드를 적용한 비율은 16%에 불과하다. 향후에도 클라우드로 전환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절반 가깝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운영되는 은행 워크로드 전체에서 코어뱅킹이 차지하는 비율은 단 3%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아직 국내 시중 은행 코어뱅킹 시스템이 유형을 막론하고 클라우드로 전환된 사례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방식으로도 마이그레이션된 적이 없다는 뜻이다. 다만 많은 은행이 프라이빗 클라우드 전환을 고민하는 중이다.
가트너는 2023년 말이면 상용 코어뱅킹 솔루션이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에서 각각 5%씩, 전체 10%가 클라우드 상에 설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코어뱅킹 솔루션 전문 기업인 뱅크웨어글로벌은 “은행을 포함해 금융권에서는 비핵심 업무에 해당하는 인사관리, IT서비스 관리, 디지털 채널 등을 퍼블릭 클라우드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이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향후 코어뱅킹을 프라이빗 클라우드 형태로 구축하고 기존 퍼블릭 클라우드 비핵심 업무과 함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형태로 운영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오라클은 금융권에 오라클 엑사데이터 클라우드 앳 커스터머(Exadata Cloud@Customer)를 제안하고 있다. 오라클 엑사데이터 클라우드 앳 커스터머는 고객이 자사 환경에서 오라클 엑사데이터를 퍼블릭 클라우드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솔루션으로, 한국오라클은 도이치뱅크가 이를 이용해 프라이빗 클라우드 기반 코어뱅킹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어뱅킹 시스템은 아니지만 하나금융그룹이 미션 크리티컬한 애플리케이션을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를 통해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나금융그룹은 1500만 이상 이용자를 확보한 통합형 멤버십 서비스이자 디지털금융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인 하나멤버스를 OCI 퍼블릭 클라우드로 이전했다. 이는 국내 금융업계 전례 없는 사례라는 게 한국오라클 주장이다.
한국오라클은 “은행권 클라우드 전환은 워크로드별 망분리로 인한 하이브리드 데이터 아키텍처 구축이 필수”라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해 오라클 엑사데이터 클라우드 앳 커스터머 외에 △서울, 춘천 등 오라클 퍼블릭 리전 활용 △모든 OCI 서비스를 고객 데이터센터에서 제공하는 전용 리전 클라우드 앳 커스터머 △미션 크리티컬 워크로드의 이전 운영을 지원하는 오라클-MS 인터커넥트 △멀티클라우드 환경에서 VM웨어 기반의 워크로드를 OCI로 쉽게 이전할 수 있는 오라클 클라우드 VM웨어 솔루션(OCVS)을 제안하고 있다.
뱅크웨어글로벌은 국내 유일하다시피 한 코어뱅킹 솔루션 업체로서 국내외 클라우드 뱅킹 시스템을 구축, 운영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금융 업무 시스템 설계 능력, 초대형 금융 클라우드 시스템 설계 및 구축, 운영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뱅크웨어글로벌 관계자는 “금융권 핵심 업무의 클라우드 이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보안 관련 규제였지만 조만간 규제 완화가 예상됨에 따라 다음 순서로 비즈니스 목표에 부합하는 핵심 업무 클라우드 전환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 내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총소유비용(TCO) 관점의 비용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신속한 상품과 서비스 출시, 높은 서비스 안정성 등 비즈니스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단위 업무를 파일럿 형태로 클라우드로 우선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베스핀글로벌은 금융권 하이브리드 및 멀티 클라우드 환경 확산에 따라 클라우드 환경에서의 비용 관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자사 핀옵스 솔루션인 '옵스나우 핀옵스' 사업 호조를 기대하고 있다. 옵스나우 핀옵스는 SaaS형 클라우드 비용 관리 솔루션으로 비용과 자산 가시성, 비용 통제와 최적화 등 클라우드 비용 관리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지원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