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약사 반대로 10년째 갇힌 '화상투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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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알코리아 원격화상 투약기 서비스 개시국내 스타트업이 약국이 문을 닫은 야간이나 공휴일에 화상으로 약사의 복약상담을 받으며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화상투약기 서비스를 선보인다. 10일 경기도 용인시의 한 약국에 설치된 쓰리알코리아 원격화상 투약기로 소비자가 약사의 상담을 받으며 의약품을 구매하고 있다.용인(경기)=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약사단체 반발로 빛을 못 보고 있는 기술 중 하나로 '화상투약기'가 있다. 지난 2012년 개발됐지만 반발을 넘지 못하고 10년째 상용화를 못하고 있다. 정부가 ICT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약사회는 강경 반대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화상투약기 규제샌드박스 적용 안건을 논의하는 심의위원회가 이달 중 열릴 전망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 차례에 걸쳐 소위원회를 열고 대한약사회와 화상투약기 개발사인 쓰리알코리아, 심의위원 의견을 청취했지만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해 추가 회의 없이 실증특례 본회의에 안건을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원격 화상투약기는 약국이 문을 닫은 심야 시간이나 휴일에 약국 앞에 설치된 기기로 약사와 비대면 영상으로 상담하고 일반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기다.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판매한다.

쓰리알코리아가 화상투약기를 개발한 것은 2012년이다. 이듬해 인천 한 약국에서 시범 운영했지만 약사법상 의약품 대면 판매 규정에 위배된다는 유권해석과 약사회 반대에 부딪혀 2개월 만에 철거했다. 2016년에는 보건복지부가 화상투약기를 합법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20대 국회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2019년 ICT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사업으로 선정되며 상용화 기회를 잡는듯 했지만 번번이 안건 상정이 무산되며 현재까지 심의를 받지 못했다. 쓰리알코리아는 지난해 용인시 한 약국을 통해 화상투약기 시범 운영을 시작하며 독자 상용화를 택하기도 했지만 법적 문제 가능성과 약사회 반발에 부담을 느낀 약국이 자진 철거 의사를 밝히면서 설치 나흘 만에 운영이 중단됐다.

쓰리알코리아는 지난해 8월 규제샌드박스 심의 지연 책임을 묻기 위해 서울행정법원에 과기정통부를 상대로 부작위위법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첫 변론기일이 오는 27일 예정돼 있다. 심의위 안건 상정 여부에 따라 소송 진행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부작위위법확인 소송은 행정청이 당사자의 신청에 대해 인용이나 기각하는 응답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하지 않는 경우 부작위가 위법하다는 것을 확인해 신속한 응답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안건이 상정되면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부작위가 해소되는 것으로 판단돼 소송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과 관계자는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의 화상투약기 관련 안건 상정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안건 상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심의위 의결에 따라 적용 여부가 판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는 “해외에서는 일반 자판기로도 24시간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고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도 비대면 진료와 조제약 배송까지 가능한 상황에서 일반의약품을 약사가 안전하게 판매하는 서비스를 반대하는 것은 이익집단 편들기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는 화상투약기가 약국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약사법 제50조 제1항 규정을 위배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의약서비스 질을 떨어뜨리고 개인정보 유출 위험, 오작동·착오 조작·오인 판매 가능성과 약화사고 위험성 역시 높아진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최광훈 약사회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화상투약기는 규제샌드박스 본회의에 절대 올릴 수 없다는 것이 대한약사회 기조”라며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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