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정경쟁 가이드라인 마련하고
시장 위축시키는 규제 정책 벗어나야
소비자에 다양한 가치 제공할 수 있게
사업자 스스로 투자·혁신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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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가 중소사업자 상생을 위해 최근 선보인 알뜰폰 플러스 매장 전경>

2014년 알뜰폰 시장에 이동통신 자회사 진입을 허용한지 8년 만에 SK텔링크, KT엠모바일·KT스카이라이프. LG헬로비전·미디어로그의 휴대폰 기준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어섰다. 이통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자회사를 앞세워 점유율 쟁탈전을 벌이며 사실상 대리전을 펼친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국회와 정부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등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다 건전한 알뜰폰 시장 경쟁을 위한 정책 논의가 불붙고 있다. 다만, 이통 자회사를 법률 또는 강제적인 방식으로 시장에서 퇴출시킬 경우 시장자유 침해와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시장 예측 어려웠던 등록 조건이 논쟁 유발

이통 자회사에 대한 점유율 제한 논쟁이 발발한 원인은 통신 기술과 시장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옛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SK텔링크와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LG 계열)의 진입을 허용하며 합산점유율이 알뜰폰 시장 전체의 50%를 넘지 못하도록 등록조건을 부과했다. 등록조건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1이통사 1자회사라는 가이드라인도 설정했다. 이통사와 자회사가 시장점유율 50% 제한선을 인식하도록 해 무분별한 시장교란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하지만 시장은 정부와 이통사 예측과 어긋나게 움직였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활성화되면서 알뜰폰 시장에 현대자동차·테슬라와 같은 IoT 전용회선이 유입됐다. 이들은 전체 알뜰폰 시장의 41.5%(448만회선)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지만 점유율에 민감한 휴대폰 시장경쟁 상황을 오히려 가리는 효과를 냈다. 법률상 효력이 없던 1이통사 1자회사 원칙도 LG유플러스의 LG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사라지면서 이통 자회사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했다.

양정숙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포함한 알뜰폰 전체 시장에서 자회사 점유율은 31.8%였다. 휴대폰 회선 기준 점유율은 51%에 육박했다. 그러자 새로운 방식으로 점유율 제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논쟁이 가열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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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 자회사 점유율 제한 '강력 처방' 내놨지만…

알뜰폰이 성장하는 동안 이통 자회사 쏠림 현상과 중소 알뜰폰의 영세화 등 질적 성장 측면에서 그림자가 상당했다. 이통 자회사가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출혈경쟁을 유발하고 알뜰폰 시장을 비 이통 자회사와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어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정부와 국회는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등록조건상 점유율 산정기준에서 IoT 회선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려 했다. 시장상황을 고려해 이통 자회사 영업 제한선을 다시 휴대폰 기준 50%로 맞추려 한 것이다. 국회에서는 양정숙 의원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 이통 자회사의 시장점유율을 50% 이내로 제한하려 했다.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통사가 보유 가능한 알뜰폰 자회사 수를 제한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같은 정책은 이통 자회사 점유율을 제한해 중소 알뜰폰의 영세화를 막고 이통사의 시장지배력이 알뜰폰 시장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해법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등록조건 변경은 기업 동의가 필수다. 자율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지만 당사자인 LG유플러스 계열 알뜰폰은 난색을 표하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법률 개정을 통한 시장 점유율 규제는 기업의 영업자율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에 부딪혔다. 알뜰폰 점유율 규제 법안에 대해 국회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특정 시장에서 일부 기업들의 점유율 상한을 일률적으로 정할 경우, 해당 기업의 성장·발전에 대한 동기를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 자회사 역할 고려한 '현실론'도

이통 자회사 시장점유율 규제 강화로 이통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을 떠나거나 역할이 축소되면 소비자 편익이 낮아질 수 있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알뜰폰 시장에서는 60여개 사업자가 1000개 요금제를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이통 자회사는 주로 '반값 무제한' 요금제 등을 통해 한 축을 담당했다. 시장을 떠난다면 이용자 요금제 선택권이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통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 전체 성장에 기여하면서 가계통신비 인하에 일조한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통 3사 자회사 알뜰폰이 모두 시장에 진출한 2014년 알뜰폰 가입자는 458만명 2013년 249만명에 비해 갑절 가까이 성장했다.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월 평균 통신비는 알뜰폰 시장 활성화 이전인 2012년 15만350원에서 2020년에는 12만원까지 낮아졌다. 통신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이통시장 시장집중도 또한 꾸준히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준상 동국대 교수는 “이통 자회사가 알뜰폰 시장에서 빠지면 시장 주체인 소비자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통 자회사에 일률적인 규제를 가하기보다 이통 3사와 함께 중소 알뜰폰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시장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균형정책 필요

이통 자회사 시장점유율 직접 제한은 현재로서는 '극약 처방'에 가깝다. 이통사의 무분별한 경쟁이 사태를 키워왔지만 우선 최대한 시장 자율에 근거한 해법을 마련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강한 규제로 나아가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알뜰폰 정책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과도한 경품 등 사업자 간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시장질서를 흐리는 이통 자회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가이드라인 등을 통한 확실한 제재가 요구된다.

동시에 이통 자회사를 견제하고 비 이통 자회사의 성장으로 시장 균형을 맞추는 진흥 정책이 필요하다. 중·장기적으로 사업자 간 역할을 규정해 경쟁을 촉진할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야 할 시점이다. 이통 자회사가 인프라 투자로 IoT, 5G 특화망(이음 5G)와 같은 비휴대폰·혁신서비스 시장을 개척하고 중소사업자들은 틈새시장 공략 등 역할을 나눌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중소사업자가 e심(eSIM) 등을 활용해 데이터요금 전용상품 등을 보다 쉽게 출시하도록 지원방안도 필요하다.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이통 자회사와 중소사업자 모두 스스로 인프라 투자와 혁신 상품을 내놓는 등 신사업을 위해 혁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