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브엠, 출시 2년만에 알뜰폰 시장 '메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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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알뜰폰(MVNO) 서비스 '리브엠(M·모바일)'이 출시 2년 만에 알뜰폰 인식 개선을 주도하며 시장 유력 참여사로 부상했다. 지난 2년간 이통 시장의 '메기'로 부상했지만 점진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리브엠을 본격 견제하며 알뜰폰 시장 퇴출까지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알뜰폰 시장이 딜레마에 빠졌다.

◇알뜰폰에 긍정적 이미지 가속화한 '메기'

국민은행은 금융과 통신 융합모델로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이동통신 서비스 리브엠을 2019년 12월 16일 출시했다. 리브엠은 금융혁신지원 특별법 시행 이후 지정된 1호 혁신금융서비스다.

국민은행이 MVNO 시장 진출을 선언하자 업계는 리브엠을 반겼다. 이렇다 할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정체한 MVNO 시장에 대형 금융사가 진입하면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리브엠 출시 후 약 6개월 만에 가입자 7만명을 확보했으나 이후 정체를 겪었다. 출시 1년째인 2020년 말 9만1000명 가입자 확보에 그쳐 찻잔 속 태풍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다. 하지만 작년 말 기준 22만8000명으로 가입자가 순조롭게 증가했고 올해 1월 기준 약 24만명 가입자를 확보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알뜰폰에 대한 고객 인식 변화였다.

이동통신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의 2021년 고객 만족도 조사 결과 알뜰폰이 63%로 만족도 1위에 올랐다. 거대 이통3사를 제치고 알뜰폰이 통신 부문에서 고객 만족도 선두로 올라선 것이다. SK텔레콤 61%, LG유플러스 51%, KT 44% 순으로 뒤를 이었다.

알뜰폰은 요금(29%), 데이터 품질(18%), 음성 통화품질(16%) 등 통신 서비스 전반에서 이통3사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폰 사업자 중에서는 리브엠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리브엠은 알뜰폰 후발주자지만 서비스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19년 11월부터 제공한 알뜰폰 최초 5G 서비스는 이통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경쟁사들이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중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중심으로 이통시장에서 알뜰폰이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하는데 기여했다. 젊은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세컨드 디바이스에 특화해 데이터셰어링, 워치·태블릿용 요금제, 데이터 선물하기 등을 선보인 것도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비결로 꼽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급제 단말기가 약정 제약이 없고 요금제가 자유로운데다 비대면 개통이 가능해 MZ세대에게 인기를 얻었다”며 “여기에 합리적 비용이 강점인 알뜰폰 요금제가 결합하면서 시너지를 일으켜 MZ세대 중심으로 이통시장에 변화가 생겼다”고 분석했다.

◇“대기업이 출혈경쟁 유도”vs“알뜰폰도 이통 3사 고착화”

불과 2년 전 국민은행 알뜰폰 시장 진출을 반겼던 업계 분위기는 최근 시끄럽다.

이달 초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는 국민은행이 과도하게 원가 이하 요금제를 출시해 자본력이 부족한 경쟁 알뜰폰 사업자를 위협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휴대폰 판매점 연합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리브엠이 과다한 사은품과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요금제를 지급하면서 시장을 흐리고 있다며 서비스 인가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진출로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2년 전과 달리 출혈경쟁과 생존권 위협에 대한 목소리가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리브엠을 제공하는 국민은행의 시장 영향력이다. 작년 말 KMVNO의 후불 알뜰폰 시장(IoT 제외) 자료에 따르면 리브엠 점유율은 5%다. 이에 비해 통신 3사 자회사인 SK텔링크, KT엠모바일,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이 전체 회선의 약 60%를 점유했다. 리브엠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은행이 대형 은행이지만 실제 알뜰폰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은 미미한 셈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알뜰폰 시장 번호이동 고객 추이를 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평균 기존 이통 3사에서 통신 3사 자회사로 이동한 비중이 50%로 나타났다. 리브엠으로의 유입은 9%였다.

자급제폰 비중이 커지면서 기존 이통 3사에서 알뜰폰 시장으로 번호를 이동하는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5G 요금제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LTE 요금제를 찾는 수요가 상당하다. 자급제폰을 구매하고 알뜰폰 유심요금제에 가입하면 최소 30% 이상 통신비를 낮출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스마트폰 구매자 중 자급제 단말 선택 비중은 전체의 35%에 달했다.

국민은행은 사용자가 더 이상 대리점을 이용하지 않고 비대면 혹은 제조사에서 직접 단말을 구매하는 자급제폰 시장의 파급력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알뜰폰 이미지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어 시장 변화에 맞춰 제조사, 통신사, 대리점 등 이해 관계자 간 꾸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출혈경쟁에 대해서도 업계 안팎 시각이 엇갈린다. 국민은행이 3만원대 원가인 요금제 상품을 2만원대로 제공한 것은 맞지만 통신망을 대여하는 이통사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출혈경쟁은 아니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에 비해 요금제 가격대가 민감한 알뜰폰 시장에서 자본력 있는 대형 사업자가 대형 유통사와 손잡고 정부 시장 가이드라인을 넘나드는 수준의 프로모션을 한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통사 시장에 이어 알뜰폰 시장으로 견고하게 이어진 이통 3사 자회사의 과점 체제를 깨려는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중소 사업자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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