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세보증금을 주거비용으로 보지 않고 금리 등 조달비용으로 기회비용을 측정한 결과, 전월세 등 주거 비용이 최근 10년간 14.5%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2020년 주거비 상승의 원인으로는 공급 부족을 꼽았다.
오지윤 KDI 부동산연구팀장은 28일 '임대 주거비 변화와 주택공급' 보고서를 통해 “2020년 이후 전국실질통합주거비지수가 올랐지만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장기간 하락한 결과 2021년 주거비 수준은 2011년 대비 14.5% 낮다”고 분석했다.
오 팀장은 “전세가격 급등에 따라 임대 주거비 부담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전월세 임대계약을 포괄하는 주거비에 대한 체계적 논의가 부족하다”며 임대차 계약을 월세로 환산한 실질 통합주거비 개념을 산출했다.
이때 전세보증금은 계약 만료 후 임차인에게 반환되기 때문에 그 자체를 주거비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오 팀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금리를 반영한 조달 비용 관점에서 기회비용으로의 주거비가 측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달 비용 관점에서 주거비를 보면 전세가격보다는 금리에 영향을 받게 된다.
실질통합주거비지수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3.3% 하락하다가 2020년 3.9%, 2021년 7.3% 상승했다.
2011년말부터 2019년말까지 수도권의 실질 전세가격은 46.1%, 비수도권은 11.7% 올랐지만 통합주거비는 같은 기간 수도권은 19.3%, 비수도권은 27.1% 하락했다.
신규 주택 공급량도 실질 통합주거비를 결정짓는 요소로 지목했다. 오 팀장은 “전국적으로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18년까지 증가하다가 감소했다”며 “실질 통합주거비가 2019년 초중반까지 하락하다가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도 주로 신규 아파트 공급 효과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전세보증금이 주거에 필요한 일종의 매몰비용인데 이를 주거비로 보기 어렵다는 가정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전세 말고 월세로 살자고 했을 때 월세를 얼마 내느냐가 기회비용”이라며 “전세금을 빼서 다른 데 쓰거나 투자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팀장은 “건설 관련 비용 증가로 주택공급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장기적으로는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주택공급이 조정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수요 변화에 따라 자율적으로 주택 공급이 이뤄지도록 인위적 공급규제를 지양하고 공공주도 공급이 어려운 도심지에 신규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