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중기 전용 T커머스'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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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 플랫폼유통부 기자

중소기업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신설 논의가 시작됐다. 중소벤처기업정책학회는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중소기업을 위한 T커머스 채널이 필요하다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시장 반응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중기 판로 확대에 기여한다는 의견과 시장 경쟁만 심화시킨다는 반론도 있다.

경쟁이 치열한 홈쇼핑 시장에서 신규 채널은 민감한 문제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먼저 시장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전제 조건은 크게 세 가지다. 중소기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도록 판매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하며, 경제적 실익이 있어야 한다.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 장치가 필요하다. 우선 판매수수료 정률제로 중소기업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 정액 판매수수료는 매출과 상관없이 방송당 일정액을 홈쇼핑사에 지불하는 방식이어서 납품업체의 부담이 크다. 중기 전용 T커머스는 공익성을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중기 방송편성 비율을 100%로 맞추고 정률 수수료를 도입하면 중소상공인의 온라인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수료 부담이 적다면 T커머스는 중소기업 판로 확대에 최적의 채널로 떠오를 수 있다. 대량 공급 형태인 TV홈쇼핑과 달리 소량 공급만으로 진출이 가능해 재고 부담이 적다. 녹화 방송이라는 점에서도 한 번 방송 제작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방송에 필요한 자원 투입도 절약돼 중소기업 거래에 유리하다.

신설 T커머스 채널이 창출할 경제적 기대 효과에 실증분석도 필요하다.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중기 전용 T커머스 사업자가 유발하는 매출 증대 효과가 연간 2878억원, 3년간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또 매년 1379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282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된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청자 불편 비용 증가분을 뛰어넘는 경제 효과가 입증돼야 한다. 17개에 이르는 홈쇼핑 채널이 이미 과포화 상태라는 시각이 많다. 신규 채널 추가로 연간 수천억원의 불편비용이 초래된다는 연구도 있다. 신규 T커머스가 가져올 생산유발 효과뿐만 아니라 취업, 부가가치 유발 등 경제적 파급효과가 더 높다면 채널 수를 늘릴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신규 T커머스가 송출수수료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 마련과 자구 노력도 동반돼야 한다. 새 사업자 출현이 출혈 경쟁을 과열시킬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중기 T커머스는 낮은 번호대가 아니라 높은 번호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황금채널 확보를 위한 경쟁은 급격한 송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라이브커머스, 모바일 등 여러 플랫폼을 활용한 사업 모델을 강화해서 수수료 협상력도 높여야 한다. 송출수수료 부담은 판매수수료 인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만큼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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