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자체 브랜드(PB)가 중소 협력사 상생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쿠팡 PB 매출이 빠르게 늘면서 상품을 제조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쿠팡PB 자회사인 씨피엘비(CPLB)의 지난해 매출은 1조568억원이다. 출범 첫 해인 2020년 반기 매출 1331억원과 비교해 성장세가 가파르다. CPLB는 쿠팡 PB 전담 사업조직을 물적 분할해 설립됐다. 곰곰(식품), 탐사(생활·반려동물), 코멧(생활·리빙), 홈플래닛(가전) 등14개 PB를 운영 중이다.
쿠팡PB는 회사 외형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 CPLB 연간 성장률은 쿠팡 전체 매출 성장률(54%)과 같은 수준이다. 쿠팡 지난해 전체 매출(약 22조2000억원)의 4.7%를 차지한다. 쿠팡 PB 상품 수는 4000여개에 달한다. 대부분은 중소기업과 협업을 통해 출시된다. CPLB 파트너사는 수백여 곳이다. 그중 90%는 중소 제조사며, 이들은 전체 PB 제품과 판매 수량의 약 80%를 차지한다. 매출도 동반 성장했다. CPLB와 협력하는 중소 제조사 매출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6배 늘었다.
중소 제조사는 쿠팡을 통해 판로를 개척했다. 브랜드 마케팅과 물류, 고객응대(CS)에 들이는 리소스를 줄이고 제품 개발과 생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등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얻었다. 최근 3년간 쿠팡에 PB 상품을 납품하는 중소 제조사 수도 150% 늘며 고용인원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쿠팡은 PB를 충성 고객 확보와 중소 협력사 동반 성장을 이끄는 상생 모델로 적극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선 PB를 쿠팡 주력 수익모델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CPLB 당기순이익은 209억원으로 순이익률이 1.9%에 불과하다.
오프라인 대형 유통사와 비교해도 PB 의존도가 떨어진다. 지난해 쿠팡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비중은 4.7%다. 대형마트는 PB 매출 비중이 20%에 달한다. 이마트도 지난해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통해 약 1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글로벌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스트코 대표 PB인 커클랜드는 지난해 회계연도 기준 매출이 580억달러로 전체 매출(1920억달러)의30%를 차지한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재고관리 부담이 덜하면서 다양한 제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이 대형마트보다 PB 의존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