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은 급성장하고 이를 통해 구현되는 다양한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서비스를 블록체인으로 구현할 수 있는가에 주목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NFT 기반 서비스니까 당연히 블록체인으로 구현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NFT를 어떻게 설계하는가에 따라 블록체인으로는 NFT 증빙·거래만 가능하고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정보 기록 비용이 큰 블록체인에서는 최소·필수적 데이터만 기록하고 나머지 데이터는 블록체인 바깥에 저장하는 디자인이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그림 데이터는 블록체인 바깥에 기록하고 해시값만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식이다.
디지털 아트 NFT의 경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블록체인에는 대상물(그림, 음악 등)의 제목과 소유자 지갑 정보만 기록하고 나머지 정보(작가 이름이나 작품의 해시값 등 메타데이터)는 전부 블록체인 바깥에 기록한다. 원장에는 그 정보가 기록된 주소만을 기록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블록체인 바깥에 기록된 정보는 신뢰하기도 어렵고 블록체인의 폐쇄성으로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블록체인의 폐쇄성이란 블록체인이 원장에 기록된 정보, 여러 노드를 통해 상호 검증할 수 있는 스마트 콘트랙트의 실행 결과만을 참조한다는 성질이다. 이를테면 이더리움의 스마트 콘트랙트는 블록체인 외부에 있는 IPFS나 DB·API가 제공하는 정보, 즉 오프체인(off-chain) 시스템과 연동하지 못한다. 이 같은 성질은 블록체인 시스템의 신뢰성에 크게 기여한다. 외부자에 의해 오염되지 않고, 상호 검증된 정보만을 사용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외부에 있는 정보를 참조하거나 연동하고 싶은 경우 오라클이라고 불리는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오라클 방식 역시 신뢰성과 성능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오라클 의존 설계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NFT가 단순한 소유권 증빙 문서만이 아니라 블록체인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핵심 요소가 되기 위해서는 스마트 콘트랙트가 읽고 쓸 수 있도록 필수적인 정보를 블록체인 원장에 기록해야 한다. IPFS와 같은 블록체인 외부에 메타데이터를 기록하면 블록체인 서비스 확장의 치명적인 한계점이 된다.
이와 함께 대부분 NFT가 원본 파일에 대한 해시값을 블록체인 원장 외부에 저장된 메타데이터에도 기록하지 않아 원본 작품과 NFT 관계를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심지어 유명 NFT 작가 가운데 하나인 BEEPLE이나 Mad Dog Jones가 발행한 NFT의 메타데이터 및 원본 작품 데이터는 IPFS도 아닌 일반 웹서버에 업로드됐다. 원본 데이터가 언제 없어져서 볼 수 없게 될지, 백업이 있어도 그것이 NFT와 관계가 있는지를 증명하기 어렵다.
물론 블록체인만으로는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블록체인은 단순한 NFT 증빙 시스템으로만 활용하겠다면 지금처럼 자유롭게 NFT를 발행해도 된다. 하지만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NFT를 활용한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구현하고자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재의 디지털 아트 NFT는 스마트 콘트랙트에 제목과 소유자 정보밖에 제공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NFT가 되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도 반쪽짜리 서비스가 된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어떤 정보가 블록체인 안에 기록돼야 할지, 이로 말미암은 호환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대표적 NFT 메타데이터 저장소인 IPFS도 블록체인이 아닌가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이 또한 오해다. 블록체인 기반 IPFS는 정보 기록·유지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고 NFT 메타데이터를 블록체인 기반 IPFS에 저장하지 않는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기반 IPFS 소개를 통해 작품의 그림 파일 등 NFT 메타데이터가 블록체인 수준으로 안전하게 보관되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즉 IPFS에 기록된 정보는 스마트 콘트랙트에서 참조할 수 없다.
조용준 엘에스웨어 수석연구원 designer@blockchain.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