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업계가 올 상반기 자동차용 강판을 필두로 후판까지 공급 가격을 인상할 전망이다. 원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전가해 경영안정성을 높이려는 복안이다.
25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주요 철강사들은 현대차·기아와 상반기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을 톤당 15만원 인상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이로써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자동차 강판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양측은 최종 사인을 앞뒀고, 아직 공식 주문은 나오지 않았다. 이로써 자동차 강판 가격은 기존 톤당 115만~125만원에서 130만~140만원까지 상승할 예정이다.
양 업계가 자동차 강판 인상에 합의한 것은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이다. 철강업계가 제품 생산을 위해 사용하는 철광석과 석탄 등 원재료 가격이 최근 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지난 23일 기준 톤당 150.5달러로 연초 대비 22.5% 올랐고, 같은 기간 제철용 원료탄 가격은 47.4% 급등했다.
철강업계는 후판(두께 6㎜ 이상 철판) 가격도 인상할 전망이다. 마찬가지로 철광석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때문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조선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후판 가격 인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예년과 비교해 합의 시점은 다소 지연됐다.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을, 조선업계는 현행 유지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조선업계는 지난해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후판 가격을 톤당 10만원, 40만원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지난해 잇단 후판 가격 인상에 합의한 것은 올해 시황 개선을 예상하고 충분히 제품(선박) 가격에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후판 가격 인상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철강업계는 조선사들이 납기를 맞추기 위해서는 후판이 필요한 만큼, 유리한 조건에 합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재무 부담은 낮아질 전망이다.
한 철강사 관계자는 “지난해 괄목할 만한 실적을 올렸지만 최근 들어 경영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제품 가격 인상으로 재무 부담을 낮춰 경영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