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DX문화살롱](14)BTS의 성공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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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7인조 그룹 BTS의 성공을 어떻게 봐야 할까. 아이돌 그룹 가운데 독보적이다. 외국에 광팬이 많다. 전문가들이 꼽는 비결을 보자. 가사와 곡, 안무, 공연의 완성도가 높다. 멤버들이 작사, 작곡, 안무 개발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 진심이 보인다. 멤버들이 트위터, 유튜브, 팬미팅 등 다양한 매체 및 행사를 통해 팬들과 소통한다. 먹는 음식, 안무 연습, 신곡 홍보, 멤버들의 개인 일상 등 팬들과 함께 만든 콘텐츠가 쌓인다. 팬과 함께 성장한다. 팬들이 보기엔 내가 정성껏 기른 아이돌 그룹이다. 가사는 시대정신에 맞다. 청소년의 고민과 아픔, 방황을 노래한다. 그것뿐일까. 그것만으로 다른 아이돌 그룹과의 차이가 설명될까. 우리는 농업화, 산업화를 거치면서 공동체 의식이 강했다. 함께해야 성공할 수 있었다. 마주 보는 것은 어색해도 같은 곳을 보는 것엔 익숙했다. 필자도 학창시절에 속이 비치는 얇고 하얀 옷을 입고 전국체전 매스게임에 참여했다. 국민교육헌장도 외웠다. 오후 6시가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국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얹었다. 태극기를 게양기에서 내리는 의식이다. 민주화와 정보화가 진행됐다. 지금은 개인의 자유와 역량을 소중히 여기는 시대다. 강요할 수 없고, 납득되지 않으면 순응할 수 없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모두가 하나 되는 칼 군무는 아름답다. 우리 유전자에 함께했던 공동체의 기억이 남아 있는지 모른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넘어가면서 전환기의 심리적 불안이 작용한 걸까. 나도 누군가와 그렇게 하나가 되고 싶다.

미국, 유럽을 보자. 개인의 개성이 유독 중요하다. 슈퍼맨·원더우먼 같은 히어로 문화는 개인의 개성이 극대화된 형태다. 자유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다. 코로나19 팬데믹이지만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사람이 많다. 내키지 않으면 백신도 맞지 않는다. 답답하기도 하겠지만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누른다는 거다. 사람의 얼굴은 가장 중요한 표현 수단인데 그것을 가리라니 그럴 만도 하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감염을 두려워하기보다 남에게 피해를 줄까 무서워서 마스크를 한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으면 죄를 짓는 기분이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을 보면 범죄자 같다. 미국, 유럽인이 BTS에 반응하는 것도 개인주의에 대한 무의식적 반성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우리도 저렇게 하나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인지 모른다.

중국, 러시아는 어떨까. 냉전시대 때 화초와 나무를 화분에 가꾸는 우리나라 분재(盆栽)를 보고 반했다. 화초와 나무는 화분에 맞게 몸통, 줄기가 온통 비뚤비뚤 꼬여 있다. 사람도 그렇게 국가 목적에 맞게 개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국가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개인주의 성향은 약했다. 최근엔 온라인쇼핑, 국제교류, SNS의 발달로 개인의 개성도 커지고 있다. BTS 멤버들이 하나가 되는 칼 군무보다 그 안에서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는 점에 마음을 뺏긴 건 아닐까. 공동체 안에서 개인을 찾고 있다. 무리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 안에서 개성을 추구한다. 그래서 좋아한다.

트로트 가수 장민호는 본래 턱수염을 길렀다. 멋있게 보여서 팬을 확보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다. 그를 아끼는 팬이 조언했다.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을 방송에서까지 보고 싶진 않다고. BTS 성공의 배경에는 집에 없는 것을 바라는 수많은 여성 팬도 있다. 우수한 사람이 직장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가치와 개인적 역량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BTS는 공동체 가치와 개인 역량이 잘 어우러진 경우다. 성공하지 않을 수 없다. 미래엔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팬들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포착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와 공연을 제공하는 시대가 온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문화국가가 되기 위해서도 인공지능은 필수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저자) sangjik.lee@bk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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