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함께 탈출한 러시아 남성과 우크라이나 여성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정식으로 부부가 됐다.
17일(현지시간) 텔레문도 등 현지 언론은 지난 13일 멕시코 북부 국경도시 티후아나에서 우크라이나 여성 다리아 사크니우크와 러시아 남성 세멘 보브로프스키가 결혼식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낯선 타국의 등기소에서 가족, 친구도 없이 조촐하게 치러진 결혼식이었으나 결혼 증명서를 손에 든 커플은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둘은 3년 반 전부터 연인이었고, 최근까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함께 살았다.
둘은 애초 우크라이나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으나, 지난 2월 예상치 못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으로 가기 위해 함께 탈출했다.
여러 도시를 거치는 6일간의 긴 여정 끝에 2주 전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도착했지만 둘이 함께 미 국경을 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쟁 후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서는 인도주의적 입국 허가를 내리고 있지만, 러시아인은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인이 미국에 들어가 망명을 신청할 수 있기 위해선 미국 내 가족이 필요했다.
결국 두 커플은 멕시코에서 결혼하기로 결심했고, 티후아나 지방정부와 이주민 지원 단체 등의 도움으로 혼인 신고에 필요한 서류 등을 확보해 정식 부부가 될 수 있었다.
신랑 보브로프스키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우크라이나를 떠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여기 이렇게 오게 됐다”며 “곧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들어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