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거부 법적으로 막아
가맹점 협상력에 악영향 끼쳐
주유소협회 등 건의 절차 준비
카드사와 가맹점 간 카드 수수료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면서 해묵은 쟁점인 '의무수납제 폐지'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수납제는 이전에도 폐지 요구가 있었지만,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매번 막혔다. 하지만 가맹점들은 코로나19 이후 업황이 어려워진 상황에 카드사가 수수료를 지속 인상하는 만큼 협상력 제고를 위해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유통협회는 주유소협회와 정치권에 의무수납제 폐지 등을 건의하기 위한 절차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지난 5일에는 여신금융협회에 현행 1.5%인 주유소 카드 수수료율을 1%로 0.5%포인트(P) 낮춰 달라고 요구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최근 기름값이 인상하면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주유소 경영난이 가중된 데 반해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은 되레 늘었다는 이유에서다.
석유유통협회 관계자는 “현재 주유소 기름값에 적용되는 특수가맹점 카드 수수료는 1.5%인 정률제로, 유가가 오르면 수수료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라면서 “현재 특수가맹점 수수료율은 과거 카드 결제가 30% 수준에서 책정된 것으로 최근 대부분 결제가 카드로 이뤄지는 상황에선 주유소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불합리한 개정 개선을 위해 주유소협회와 국회에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의무수납제는 1998년 도입된 제도다. 여전법 19조 1항에 따라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지 못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맹점은 소득세법 162조의 2(시행령 210조의 2)에 따라 연매출 2400만원 이상이면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의무 가입해야 하고, 신용카드 결제도 거부할 수 없다. 이를 어길시 1000만원 이하 벌금이나 1년 이하 징역을 받는다.
가맹점은 의무수납제 탓에 100원 단위 소액 결제까지도 무조건 카드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특히 일반·중형 가맹점의 경우 의무수납제가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력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최근 마트협회와 전자지급결제(PG)협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 가맹점 단체는 카드사 규탄 집회를 열고, 금융당국에 의무수납제 폐지를 건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성민 마트협회장은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율은 내려갔지만, 동네마트 등의 일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현행 최고 수수료율인 2.3%로 인상하겠다는 고지문이 2월부터 가맹점에게 일방 통보되고 있다”면서 “유독 카드 수수료만이 금융위원회의 의무수납제하에서 가맹점은 일말의 협상 여지도 없이 카드사가 정해놓은 수수료율의 족쇄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의무수납제 폐지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부터 국회에서는 1만원 이하 소액에 대해 카드 결제 거부를 허용하는 부분적 의무수납제 폐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당시에도 소비자 불편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매번 제도가 유지됐었다. 실제 의무수납제가 폐지되면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어 소비자 불편은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세원 투명화 역시도 저해된다는 단점이 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