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물가는 빠르게 상승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을 준비함과 동시에 물가 안정을 현안으로 내세운 차기 정부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2일 외신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에 이르기 어려울 걸로 생각된다”며 “물가는 지금보다 훨씬 더 높게 전망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것도 한국 경제에 부담이다. 홍 부총리는 “다음 주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할 예정인데 세계 경제는 물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우리나라를 포함해 성장률 전망이 다 낮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예측했다.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은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원자재 가격 상승,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의 요인으로 작용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는 더 나아가 “글로벌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 30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촉발한 원인은 전쟁과 전염병인데, 최근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경제 흐름을 바꿨다는 것이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실시한 설문에서는 펀드매니저 3분의 2가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펀드매니저들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한 비율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바로 전달인 2008년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3.1%, 물가상승률 전망치로 2.2%를 각각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초 발생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해 말의 전망치는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IMF는 지난 3월 공개한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1%로 상향했다. 피치도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3.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올해 성장률은 2%대로, 물가상승률은 4%대로 조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 성장률은 2020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0.9% 역성장한 후 2021년에는 4.0%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 3.0% 성장을 달성하는 경우 3개년 평균 약 2% 성장을 기록하며 장기성장경로로 회복하게 된다. 만약 올해 성장률이 2%대 중반 혹은 이하로 낮아지면 성장경로 복귀가 지연되는 것을 의미한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속에서 바톤을 이어받을 새 정부는 물가 안정과 추경 편성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때문에 추경의 주요 내용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기업 피해 보전,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피해 등에 맞춰 물가 자극을 최소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