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50:50' 정치지형 확인한 20대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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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3% 대 48.56%. 제20대 대선은 '역대 최소 표차 대통령 선거'라는 기록을 남기며 끝을 맺었다. 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5년, 대한민국 정치는 어느 때보다 역동적이었다. 19대 대선과 지방선거, 총선에서는 확실한 민주당 우위 구도를 보였지만 2021년 4·7 재·보선에서는 압도적인 보수 우위 구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대 대선 결과는 최근 1~2년 크게 흔들리던 정치 지형이 1대1의 백중세로 재편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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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후 1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대선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의 대형 선거 이벤트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직전 선거 결과는 현 시점의 정치 지형 이해에 가장 중요한 판단 근거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1987년 개헌 이후 치러진 여덟 차례 대선 결과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 지형 변화를 관찰하고, 특히 20대 대선 결과가 일시적인지 정치 지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1987년 12월 16일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를 8.61%포인트(p) 차로 꺾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첫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민주당계 정당 후보의 득표를 합산하면 55.08%로 보수당계 후보(민주정의당 노태우, 신민주공화당 김종필)의 44.71%에 비해 10.38%p 우위에 있었다. 이는 개헌 직후의 군정 종식에 대한 열망이 김대중·김영삼 후보 지지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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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민주 4 vs 보수 6 구도 형성

정치 지형의 큰 틀은 1992년 12월 제14대 대선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선거에서 보수정당(민주자유당 김영삼, 통일국민당 정주영)은 총 59.28%를 득표한다. 이에 비해 민주당계(민주당 김대중, 신정당 박찬종)는 40.20%를 득표한다. 다만 신정당을 보수정당계로 분류하면 보수정당 64.66%, 민주당계 33.82%가 된다.

1997년 15대 대선 결과는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대통령의 당선이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DJP연합으로 보수·충청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안았지만 이회창 후보는 아들 병역 의혹에 경선에서 경쟁했던 이인제 후보도 끌어안지 못하며 낙선의 고배를 들이켜야 했다. 이때 김대중 후보의 득표율은 40.27%, 보수정당 후보(한나라당 이회창, 국민신당 이인제)의 득표율은 57.96%였다.

◇2002년 대선, 50대50 구도 재편의 초석

이후 1998년 지방선거, 2000년 총선까지 굳건하던 4대6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대선부터였다. 2002년 대선은 이전 대선과는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었다. 바로 유력한 제3 후보 없이 민주-보수 진영이 세를 결집했던 선거라는 점이었다. 이전 대선에서는 1·2위 후보 외에도 1987년 김대중·김종필, 1992년 정주영·박찬종, 1997년 이인제 등 유력한 제3 후보가 있었다. 그러나 2002년 대선에서는 민주 진영에서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 보수진영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대표격으로 나서서 격돌했다. 결과는 노무현 48.91% 대 이회창 46.59%(하나로국민연합 이한동 후보의 득표까지 보수정당은 총 46.89%를 득표한다).

2007년 대선은 反노무현 정서가 선거의 전체 판세를 지배했던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48.67%를 득표하며 대통령에 당선된다.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든 민주 진영은 고작 26.8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범위를 넓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득표를 더해도 31.97%에 불과했다. 오히려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15.08%를 득표하는 기염을 토하며 전체 보수 진영 득표를 63.75%로 끌어올렸다. 2000년대 들어 민주 진영은 민주 4 대 보수 6 구도를 깨뜨릴 기반은 마련했지만 이를 공고하게 다지지는 못했던 셈이다.

2000년대 선거는 대체로 향후 20년간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치 지형과 선거 구도를 만들어 냈다.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으로 이어지는 10년 주기 정권 교체론이나 2002년 대선을 통해 보여 준 민주 진영의 자력 승리 가능성, 1990년대 1%대에서 2000년대 3%대로 성장한 진보정당의 성장세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2007년 대선 결과에서 드러나듯 민주 4 대 보수 6 구도를 완전히 깨뜨리지는 못하였다.

◇2000년대 선거의 데칼코마니, 제18·19대 대선

2012년 민주 진영과 보수 진영은 2002년에 이어 10년 만에 대회전(大會戰)을 벌였다. 결과는 51.56%를 득표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1469만여표를 획득하며 역대 어느 당선인보다 많은 득표를 했지만 48.02%로 패하고 말았다. 제16대 대선의 이회창 후보 역시 그전까지 어떤 당선인보다 많은 득표를 하고도 패했다.

2017년 19대 대선의 정치 지형은 수치상으로는 2007년 대선의 역(逆) 재판(再版)으로 보인다. 이 선거에서 민주당계 정당(더불어민주당 문재인, 국민의당 안철수)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41.09%를 포함해 62.51%를 득표한 반면에 보수 진영(자유한국당 홍준표, 바른정당 유승민, 새누리당 조원진, 늘푸른한국당 이재오)은 30.96% 득표에 그친다. 10년 전인 2007년 선거에서 승리한 보수 진영이 63.79%, 민주·개혁 세력이 31.97%를 득표한 것과 오버랩되는 수치다. 2010년대는 대개 기존의 공식이 그대로 반영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명박·박근혜 이후 10년 주기 정권교체론, 진보정당의 성장세(19대 대선에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6.17%를 득표한다)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20대 대선, 50대50 정치 지형 강화

19대 대선과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21대 총선을 거치며 정치 지형에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흔히 설명하는 선거의 3요소인 '구도, 인물, 이슈'에 앞서 근본적인 정치 지형 자체에 변화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선·총선 압승을 설명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3월 9일 열린 20대 대선은 2002년 이후 형성된 50대50의 정치 지형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 아니 오히려 강화되었다는 점을 입증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7.83%를 득표하며 48.56%를 득표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석패했다. 양쪽으로 크게 튀었던 17·19대 대선을 제외하면 16대 대선 노무현 후보의 48.91%, 18대 대선 문재인 후보의 48.02%와 유사한 수치다. 윤석열 후보의 48.56% 역시 16대 대선 이회창 후보의 46.59%, 18대 대선 박근혜 후보의 51.56%와 큰 틀에서 궤를 함께한다. 다만 양측의 네거티브 이슈가 충돌하는 가운데 정권 교체론이라는 구도가 인물론에 비해 좀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직전 선거에서 6%대 득표를 기록했던 진보정당의 득표력은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동일선상에서 치르는 지방선거, 지방자치 발전의 장 돼야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방선거는 대선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단순히 정치 지형만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역대 대선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점은 이번 지방선거가 어느 일방의 우위 속에 치러지는 선거는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모든 정치세력이 비슷한 출발선에서 좋은 인물, 좋은 이슈로 경쟁할 수 있는 장이 갖춰진 셈이다. 그런 만큼 모든 정당, 특히 지난 대선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지방자치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 intoan429@gmail.com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성균관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8~21대 국회의원직을 이어 오고 있으며, 상임위로는 외교안보 분야 전문성을 쌓고 있다. 민주당 전신인 평민당 공채 1기로 정치에 입문해서 원내수석부대표, 전략홍보본부장, 서울시당위원장,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조직2국장,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무본부장을 지내기도 했다. 국회 활동을 하면서 해외 의회와 친선 교류에도 힘썼다. 20대 국회에선 한·베네수엘라 국회의원 친선협회 회장, 한·중 국회의원 외교협의회 부회장, 한·노르웨이 국회의원 친선협회 이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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