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지주형 회사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기업구조 재편 시나리오에 관심이 집중된다. KT는 50여개에 이르는 계열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사업조직 재편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사업부문을 스핀오프(물적분할)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KT는 미디어·금융·고객서비스 등 분야에서 사업별 중심회사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중간지주사와 유사한 형태로 기업구조를 상당부분 변화시켰다.
KT는 우선 기존 계열사 재배치에 주력할 전망이다.
미디어 분야에서는 이미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지니와 스토리위즈, 지니뮤직, 밀리의서재를 자회사를 편성했다. 스튜디오지니가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미디어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BC카드 중심으로, 아래에 케이뱅크를 두는 구조를 갖췄다. 고객서비스 기업 KT IS 아래에는 KT CS를 배치해 유사 사업을 배치했다. 이외에도 네트워크 인프라 분야에서 KT SAT(위성), KT링커스(공중전화), KT서브마린(해저케이블) 등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커머스 분야에서 지난해 KTH와 KT엠하우스를 합병해 출범한 KT알파와 나스미디어(온라인광고) 간에도 사업연계를 고려한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된다.
KT 관계자는 “지주형 회사 전환은 우선 현재의 기업구조 틀 안에서 유사한 사업을 보유한 기존 계열사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수 증권 분석가는 KT가 궁극적으로는 신사업을 지속 물적분할하는 방식으로 기업구조를 슬림화하면서 사실상의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일치했다. KT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해 금산분리원칙에 따라 법률상 의미의 '지주회사'로는 전환이 어렵다. 그럼에도 KT 본체에는 그룹 지휘부 역할과 핵심자산만 남기고, 신사업을 분리해 자체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유안타증권은 유무선통신 분야에서 네트워크와 무형자산을 KT에 존속시키고 분할되는 자회사에 서비스 판매와 운영을 넘기는 방식의 통신서비스 사업 분할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하나금융투자는 KT가 통신사업 등 핵심사업만을 본체에 남기고 B2B, AI, 클라우드, 미디어(IPTV) 등 신사업을 분할하는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제기했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기업 디지털전환(DX)을 지원하며 시스템통합(SI) 기업과도 유사한 역할을 하는 'KT엔터프라이즈'가 별도 회사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실장은 “KT가 사업지주회사로 개편 시점을 2023년으로 예상하며 올해부터 서서히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판단한다”며 “신사업 이익 턴어라운드 시점이 임박해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평가받으려면 현재 시점에서 사업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KT 계열사 구조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