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23조 3항이다. 헌법은 국가통치체제와 기본권 보장의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다. 헌법에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긴 이유는 그만큼 중소기업 보호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에서 99%를 차지한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전체 기업 종사자의 83%다. 수치에서 볼 수 있듯 중소기업은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입지는 그리 탄탄하지 않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기업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간 간담회에서 “지난해 매출액은 대기업(52%)과 중소기업(48%)이 비슷했지만 0.3%의 대기업이 영업이익의 57%를 차지하고 99%의 중소기업은 25%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를 단적으로 설명한 말이다. 이익 격차는 많은 파생 효과를 가져왔다. 대기업은 직원 임금을 인상하는 반면에 중소기업은 정체를 겪고 있다.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대기업에는 인재가 몰리고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는다. 인재 격차는 경쟁력 격차로 이어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갈수록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는 데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국내 제조 중소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에 납품한다. 대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성장하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납품단가 결정권이 사실상 대기업에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단가를 낮추면 이를 높이기가 매우 어렵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도 납품단가에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오죽하면 '납품단가 후려치기'라는 말까지 나올까.
힘들게 개발한 기술을 뺏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워낙 피해가 많이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까지 제정됐다. 지난 2월 18일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위탁 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 피해액의 세 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 등이 담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하지만 이 법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소기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청을 거쳐 중소벤처기업부로 이어 오며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정부 조직을 갖췄다. 그런데 최근 중기부 조직에 대한 이상 기운이 감지됐다. 차기 정부의 조직 개편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기부를 개편 또는 해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중기부는 김영삼 정부에서 중소기업청으로 강화됐고, 문재인 정부에서 독립부처로 승격됐다. 중소기업 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이 확대된 것은 이전 정권들이 모두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지원에는 여야와 정치 성향 구분 없이 모두가 뜻을 함께했다.
양극화 해소를 비롯해 차기 정부에서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해야 할 일도 산적해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중소·벤처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성장사다리를 안정적으로 설치할 수 있는 토대는 튼튼한 중소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중기부의 조직과 역할은 오히려 더 강화해야 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