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우리나라 경기가 둔화할 위험이 커졌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외 여건이 악화하며 경기 하방위험이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대외 여건에 대한 우려로 경기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평가한 것보다 표현 수위가 높아졌다.
KDI는 “지난 2월에는 대면서비스업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됐다”며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 대면 업종이 위축되며 소비 회복세가 주춤했으나 고용이 양호한 개선세를 지속하는 등 부정적 충격이 과거의 확산 시기에 비해 작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대외 불확실성 우려로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심리가 악화됐다. 기업심리지수는 대부분 산업에서 크게 하락했다. 제조업 업황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계절조정)은 3월 93에서 4월 83으로 10포인트 떨어졌다. 비제조업 업황 BSI 전망도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3월 85에서 4월 81로 4포인트 하락했다.
KDI는 “무역 수지가 악화한 가운데 국내 소비자물가도 큰 폭으로 상승하며 경제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으로 금융시장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진 가운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상승이 주요국 금리 인상 가속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올라갔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 우리 경제도 물가상승률이 높게 유지되고 금리 인상이 가속화하면서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로 10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KDI는 “3월 수출은 러시아(-55.6%)와 우크라이나(-95.8%)에서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두 국가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유럽연합(EU·-2.0%)에 대한 수출도 부진한 모습”이라며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하면 세계 경제 회복세가 제약되며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