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세 주춤?…정부, 유류세 인하 '딜레마'

국제 유가 100달러 내외…"정점 지났다" 분석도
물가 상승 여력 여전히 크고 원자재 가격 상승세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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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게시된 경유, 휘발유 가격.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검토 중이다. 국제유가는 점차 하락하는 추세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정부가 조절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4일 기획재정부 등 물가당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4%대로 치솟을 것이란 전망이 확실시 된다. 소비자물가는 다섯 달 연속 3%대 중후반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5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면서 반년 가까이 물가 상승세가 물가안정목표인 2%를 크게 상회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민생 경제 부담이 커지면서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요금 인상도 최대한 제한하며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산하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다만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정책 수단 동원은 정부 부담으로 이어진다. 공공요금 인상을 제한하는 것은 당장은 물가 상승을 일부 억누를 수 있지만 공기업 적자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유류세 인하는 세수 감소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기재부 내부에서는 국제유가가 우크라이나 사태 초반 대비 하락한 만큼 굳이 세율을 추가로 인하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때 13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지난주 100달러 내외를 오가고 있다. 지난주 미국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을 결정하면서 유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었다.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2000원선 아래로 내려왔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는 하루 약 500만배럴에 이르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반영해 급등했다”며 “EU가 동참하지 않은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시장이 안도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제재 가능성을 일축해온 EU가 정책을 선회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는 이미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물가 상승 여력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 안정에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지난 2월 생산자물가는 8.4%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7%를 훨씬 상회했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는 지난 1분기 29% 상승하며 199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밀은 31%, 옥수수는 26% 올랐고 알루미늄, 구리 등 비철금속 가격도 1분기 신고가였다. 생산자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차기 정부 경제 정책도 물가 대응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조달청 비축물자 방출만으로는 공급문제 해결에 한계에 도달했다”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를 돕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수단들, 전기요금이나 가스요금 같은 공공요금 한시적 동결 등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수위는 현 정부에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요구하기도 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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