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동의 없이 신체 사진이나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는 쉽지 않다. 불법 촬영물이 방대한 인터넷 속 어디에 있고, 얼마나 퍼져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성과, 이를 사업화하는 기업 역할의 시너지가 절실한 분야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전문 연구기관과 함께 기업에 맞춤형 기술지원, 제품 출시를 돕는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이 전기를 마련했다. '카라멜라'가 지원사업을 통해 한국광기술원과 협력, 디지털 성범죄 얼굴 검출 및 신고시스템 '미투(METU)'를 개발했다.
미투는 웹 곳곳을 살펴 이용자가 찾고자 하는 불법 촬영물 데이터를 수집한다. 인공지능(AI)으로 정보 내 얼굴과 개인정보를 식별한다.
카라멜라 본사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기여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정창용 이사 안내로 실제 서비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확인했다. 테스트용 얼굴 이미지를 입력, 검색을 진행하자 곧 관련 영상과 이미지, 게재 사이트 건 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정 이사는 “우리 말을 쓰는 사이트는 90% 이상 영상이나 이미지를 찾아낼 수 있다”며 “해외 사이트도 상당 부분 탐색이 가능하고, 범위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후 서비스도 가능했다. 원한다면 해당 서비스 사업자에게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하거나, 사법기관을 통보하는 것도 뒤이어 가능했다.
탐색 결과 이미지는 흐릿하게 비식별화 돼 있었다. 정 이사는 “안전장치가 없다면 이 서비스가 도리어 '야동 검색기'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며 “정보를 비식별화 하는 기능도 더해 안전한 서비스를 꾸렸다”고 밝혔다.
카라멜라는 미투 서비스를 지난달부터 시작했다. 세계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이다. 아직 제대로 된 홍보가 없었음에도 벌써 1000건 가까운 서비스 이용이 이뤄졌다. 서비스 용도, 특성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수다.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다. 디지털 성범죄 분야는 물론이고 저작권 위배 자료를 찾아내는 영역까지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런 성과를 이룬 것은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 그리고 한국광기술원 공간광연구센터와 협업 결과다. 카라멜라는 웹에서 필요 정보를 수집하는 데이터 크롤링, 데이터 분류와 가공 등 역량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 얼굴 식별하는 기술도 일부 있었지만 부족해 외부 도움이 절실했다. 그때 관련 기술을 보유한 장원근 한국광기술원 수석연구원이 먼저 IITP와 관련 사업에 대해 알려줬고, 지원 덕분에 70% 수준이었던 얼굴 식별 정확도를 95%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정 이사는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이 첨단 기술을 원하는 기업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우처 지원은 물론이고, IITP가 매칭 중개를 하는 '이지매칭 시스템'을 통해 개발 가능 기관 탐색, 매칭까지 가능하다. 누구 손을 빌릴지 막막한 상황에서 조력자를 찾아주기까지 한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는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사업으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비롯한 연구기관 지원을 받으면 기업이 가진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단점은 최소화해 도약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며 “많은 기업이 이 사업에 관심을 가져 도움을 얻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