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국가, 우주의학 투자 확대
무중력 환경 극복 연구 등 가속
韓, 연구개발·인프라 수준 높여
국제 공동연구 참여 토대 마련
우주의학 연구를 위한 사업이 시동을 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내년부터 공동으로 예산을 투입해 2027년까지 우주의학 연구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우주의학은 무중력 등 우주환경에서 인체 변화를 최소화하거나 우주환경을 이용해 혁신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환경의학의 한 분야다.
주요 국가들은 이미 우주개발 사업에서 우주의학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윤학순 미국 노퍽주립대 교수는 “현재 우주산업은 발사체, 위성통신, 내비게이션에 집중되고 있으나 투자 관점에서 보면 클라우드 솔루션과 스페이스 메디신(우주의학)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보건연구원에 따르면 미항공우주국(NASA), 유럽우주기구(ESA),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캐나다우주국(CSA) 등 주요 국가 우주 관련 기구는 최근 우주방사선, 무중력 환경 극복 연구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NASA는 2004년부터 '휴먼리서치프로그램'을 통해 우주의학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2019년부터 연간 1억4000만달러(약 1700억원) 예산을 유지하고, 한 개 과제 당 연간 최대 80만달러(약 9억5000만원)를 투입한다.
정부는 차기 우주개발진흥계획 내 우주의학 관련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기술진흥법, 보건의료기술육성기본계획, 우주개발진흥법,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 등에 우주의학 관련 내용이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국가 우주개발이 자칫 기계 분야에만 치중한 반쪽짜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원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과장은 “현재와 같은 (국내) 투자 공백이 이어지면 기술종속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우주의학 연구 플랫폼, 국제 공동연구 가능한 토대 마련
이런 상황 속에 추진하는 우주의학 연구 플랫폼 사업은 국제 공동연구가 가능한 수준으로 국내 연구개발(R&D) 수준과 인프라를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우주의학 연구 플랫폼 사업을 △우주환경 활용 의과학 프런티어 연구 △우주환경 대응 핵심기술 국제공동개발 △우주의학 연구지원 및 생태계 구축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우주환경 활용 의과학 프런티어 연구는 우주환경을 활용해 인체 건강상태 변화를 파악하고 질병 발생을 예측하는 우주환경의학 기술 확보가 골자다. 민간과 협력해 과제를 발굴한다. 우주환경 노출에 따른 근골격계, 혈관순환계, 뇌신경계, 감각신경계, 내분비계 질환을 해결하는 기반연구를 수행한다. 또 단백질의약품, 새포치료제 등 우주환경을 이용한 의약·의료기기 응용기술을 연구한다.
우주환경 대응 핵심기술 국제 공동개발은 우주환경 내 생존, 대응 등 유인 우주활동을 위한 R&D다. 글로벌 수준 연구성과를 확보해 국제협력 궤도(on-Orbit) 연구 추진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 주도로 실시한다. NASA 등과 국가 혹은 연구소 수준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국제수준 연구 주제를 발굴한다. 유인 우주 기술에서 독자 영역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우주의학 연구지원 및 생태계 구축은 우주의학 R&D 국가 거버넌스를 확립하고 거점 실험지원기관을 확보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국제 연구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만든다. 특히 국립보건연구원 내 우주의학정책연구센터를 구축하고 외부 전문거점 인프라 2개소를 확보한다. 우주의학 거버넌스를 논의하는 산·학·연·병·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우주의학정책연구소를 만드는 것을 검토한다.
정지원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과장은 “다양한 질환별 대응 기술, 신약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요소기술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우주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연구 인프라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성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는 “우주의학은 개별 연구자나 사업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국가 우주개발사업과 보조를 맞춰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 로드맵에 국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우주개발에 필수인 국제협력에 참여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연합체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지금처럼 제로베이스로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작 필요할 때 허둥지둥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주의학 플랫폼 연구사업은 우리나라가 국제 우주개발에서 어떤 영역에 기여할 수 있는지 역할을 정립하고 지분 확보에 나설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