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문윤성SF문학상][장편 우수상]유진상 작가 "로봇이 한복입은 상상이 출발점...플롯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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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우수상을 받은 유진상 작가는 조선시대 로봇의 활약을 그린 그의 작품 '조선 사이보그전'과 딱 맞는 이미지다. 구상만 끝나면 장편도 한 달 만에 해치우는 놀라운 집필 속도를 보여주는 그는 스스로 '문장보다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수상소감은

-감회가 남다르다. 작가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됐다. 기분 좋았다. 연락을 늦게 줘서 떨어졌다 싶었는데, 밤늦게 확인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하던 대로 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 안 됐으면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소설 쓰기로 마음먹은 게 10년 전인데, 보답을 받는구나 싶었다. 가족들도 자랑스러워했다.

수입이 없으니 사회적 자립이 필요했는데, 이번 수상이 그런 계기가 된 것 같다.

처음 한국과학문학상(단편 가작)을 받았을 때는 작가라는 자각이 없어서 얼떨떨했다. 그 후 2년이 흘렀지만 발표 지면도 주어지지 않았고 작가로서 자립이 힘들었다. 장편을 써서 재 등단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장편 부문 수상하며 진짜 작가가 된 것 같다.

=조선 사이보그전을 소개해 달라

-미래에 인간과 똑같은 로봇이 나오면 사회적 약자가 될 것인데, 조선시대 등 과거로 가면 사회적 차별에서 해방될 것이라고 설정했다. 로봇이 한복 입은 이미지를 상상했는데, 이게 매력적이었다. 조선시대 가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 외모가 로봇이면 조선에서 파괴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인간 외형으로 바꾸었고 잘생긴 남자로 설정했다. 인명구조 원칙을 집어넣고 지식도 주입했다. 로봇은 조선시대로 가서 의사로 활약한다.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주고 소설을 진행시켰다.

사람 구하는 과정에서 부모가 되기도 한다. 단편 버전이 있고 장편 버전이 있다.

=작가가 된 배경은

-중학교 때 도서 대여점에서 빌릴 수 있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 책들을 한참 재밌게 읽다가 어느 순간 재미가 없어진 거다. 그때 딱 생각한 게 '이 정도는 나도 쓰겠네'였다. 그게 시작이었다. 직업으로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건 5년 정도 됐다. 그전에는 막연하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이번 작품은 한 달 만에 썼다. 남들에게 글을 빨리 쓴다는 말을 듣는다.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핵심적 소재를 써놓는다. 둘째 이야기를 통해 어떤 메시지 전할 건가를 정한다. 세 번째는 결말 장면을 정한다. 세 가지가 준비되면 나는 쓸 준비가 됐다.

=좋아하는 작가는

-문목하 작가 '유령해마'를 굉장히 좋아한다. 재치 있고 설정도 참신하다. 좋아하는 작가가 너무 많다. 외국 작가는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이라는 작품이 내 작품과 연관이 깊다. 나보다 더 훌륭하게 다뤘다고 생각한다. 다만 소설을 다 쓴 다음에 읽었다. 미국 배경인데, 흑인 여성이 1800년대 미국 남부로 떨어진다. 책이 600페이진데 한 번에 다 읽었다.

=글을 쓸 때 공을 들이는 부분

-문장보다 이야기에 더 공을 들인다. 나의 한계를 알아서 그렇다. 작품을 쓴다는 건 쓸 수 없는 것을 찾는 과정이다. 쓸 수 있는 것을 더 잘 하려고 한다. 그래서 이야기, 플롯에 집중한다.

=향후 계획

-작년까지 서점에서 일을 했다. 작년 퇴사하고 실업급여를 받았다. 이 기회에 장편을 내내 썼다. 수상 안 됐으면 취직했을 텐데, 수상을 해서 계속 쓸 것 같다. 작년에 썼던 것처럼만 쓰고 싶다. 10년 동안 해도 안 될 수 있는 게 이 바닥인데, 나는 두번째 스타트점에 설 수 있는 과분한 기회를 얻었다. 틀리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계속 쓰고 싶다.

장편 우수상 '조선 사이보그전'

유진상 작가

-1993년생

-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단편 부문 가작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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