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평가정보·KCB 신용점수 동시 제공
업계 첫 시도…4개월여 만에 60만명 이용
현대카드가 마이데이터 서비스 '내 자산'을 통해 편리한 금융 정보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카드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회사가 지향하는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을 응축한 서비스로, 별도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없이 모든 금융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카드는 이용자 앱 방문 횟수, 체류 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자사 충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용점수 동시에 비교…4개월여 만에 60만명 이용
현대카드의 내 자산은 금융 상품 이용 과정에서 소비자가 겪는 불편을 마이데이터로 해소하는데 중점을 뒀다. 카드나 대출 등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많은 금융사는 현재 신용평가기관(CB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두 회사의 신용점수를 모두 참고해 가입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점수 측정에 사용하는 항목별 가중치가 달라 같은 사람이라도 전혀 다른 점수가 매겨질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재 개인 신용점수를 보여주는 대부분 서비스는 나이스평가정보나 KCB 둘 중 한 곳 신용점수만 제공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에 국내 금융권 최초로 나이스평가정보와 KCB 두 곳이 제공하는 개인 신용점수를 동시에 보여주는 '내 신용점수 비교'를 도입했다. 해당 서비스는 지난해 12월 1일 오픈 이후 현재까지 60만명이 이용하는 등 상당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나이스평가정보와 KCB가 제공하는 신용점수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나와 비슷한 연령대에서 내 신용점수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게 비교한다. 또 개인 신용정보를 브론즈(Bronze), 실버(Silver), 골드(Gold), 플래티넘(Platinum), 마스터(Master), 그랜드마스터(GrandMaster) 등 6단계로 레벨화해 직관적으로 신용정보 등급 수준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단순 신용정보 등급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더 높은 신용점수를 달성하게끔 유도하는 '재미로 보는 내 신용 레벨'도 확인 가능하다. 어떤 금융기관에서 개인의 신용정보를 얼마나 조회했고, 신용점수가 어떻게 변동됐는지 이력 조회도 가능하며, 추가적인 데이터를 각 신용평가기관에 제공해 신용정보를 올릴 수 있도록 돕는 기능도 제공한다.
해외에선 '내 신용점수 비교'와 같은 서비스가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의 크레딧카르마는 미국 대표 신용평가사인 에퀴팍스와 트랜스유니온 두 개 회사가 제공하는 신용점수를 동시에 제공하는데 그 사용자 수가 무려 1억1000만명에 달한다.
◇치솟는 가계부채 영향…신용점수 관심 높아져
현대카드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치솟는 가계부채로 신용점수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가계부채 상황에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2분기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해 180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지난 15일 발표된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율은 104.2%,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도 6.0%로 OECD 전체 국가 중 1위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홍콩(5.9%포인트(P))과 태국(4.8%P), 러시아(2.9%P) 등과 비교해도 상승 폭이 더 빠르다.
IIF는 보고서에서 “글로벌 가계부채가 올해 상반기에만 1조5000억달러 늘며 조사 대상 국가 3분의 1에서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부동산 가격 상승과 빚투 등 영향으로 각 금융기관은 대출 규모 조절에 나섰다. 각 금융기관이 우대금리 항목을 줄이거나 대출 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진행하는 방식으로 신규 대출을 억제한 탓에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감소세로 전환했다.
현대카드는 “신용점수가 대출 한도와 실행 여부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보니 자신의 신용점수 관리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카드 소비 패턴…마이데이터 핵심 정보로
자신의 신용 등급과 신용 거래(금융기관 대출, 카드 발급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신용평가기관에서 제공했다.
올해 1월 신용점수 제도가 전 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통신 요금과 건강보험 등 '비금융' 정보가 신설되고 '카드 소비 패턴' 정보가 점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통신요금과 건강보험을 제때 납부하면 기존 금융 거래 이력이 없어도 신용점수를 잘 받을 수 있었다. 반대로 대출을 제때 상환했더라도 통신 요금과 건강보험을 연체하면 신용점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다. 카드 소비 패턴의 경우 기존 신용카드에 더해 체크카드 이용 내역도 신용점수에 반영된다. 신용·체크카드를 무리 없이 적정 수준에서 쓰고 있는지 더 비중 있게 보겠다는 의미다. 일시에 카드 결제액이 늘었다가 연체되면 신용점수에도 치명적이다.
이처럼 신용점수를 산정하는 요인들의 변화와 함께 최근 소비자의 높아진 관심도로 인해 신용도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들이 크게 늘었다. 토스, 뱅크샐러드 등 여러 핀테크 업체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회사도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현대카드는 향후 내 자산 서비스를 포함 차별화된 콘텐츠 등을 통해 마이데이터 시장 내에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내 신용점수 비교' 서비스를 포함한 내 자산 서비스가 금융 정보를 통합해 조회할 수 있다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본연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차별화한 앱 UI와 콘텐츠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