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함영주 부회장을 10년만의 새 수장으로 낙점한데 따른 이변은 없었다. 25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함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가결됐다.
함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놓고 외국인 주주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이목이 집중됐었다.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한 만큼 선임안에 반대해야 한다는 의결권 자문기관 권고가 나왔지만 막판에 국민연금이 함영주 회장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단독 회장후보로 추천된 함 부회장의 회장 선임에 큰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함 회장은 신입사원 채용 업무방해 혐의 관련 형사재판 1심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 징계처분 취소 행정소송 1심에서는 패소했다. 이에 보안소송 항소와 징계효력 집행정지를 제기했고 '인용' 결정을 받으면서 중징계 처분 효력 정지가 2심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재연장됐다.
앞으로 함 회장은 DLF 본안 항소심에서 중징계 처분 적법성을 다시 가릴 수 있게 됐다. 동시에 하나금융그룹의 은행·비은행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본격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함 회장이 당면한 과제는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걸친 강력한 디지털 혁신과 글로벌 사업 경쟁력 강화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약진과 빅테크 플랫폼 돌풍은 은행을 중심으로 반드시 헤쳐나가야 할 큰 산이 됐다. 시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과 빅테크의 미래가치가 더 높게 평가받고 있고 무엇보다 미래 핵심 고객인 MZ세대가 기존 금융환경의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태 전 회장 역시 스스로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표현하며 전사적 위기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금융을 지배하는 공룡'에서 '덩치만 큰 공룡'으로 남아있다면 남은 수순은 '멸종' 뿐”이라며 자사뿐만 아니라 전 은행권에 경각심을 주기도 했다.
함영주 회장은 전사적 변화를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높은 실적 성장을 끌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2015년 9월 통합 KEB하나은행 초대 행장을 역임하고 2016년 6월 성공적인 전산통합과 교차발령으로 양 은행 강점인 외국환과 자산관리를 전행에 확산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통합노조 출범, 사내 제도 통합 등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진정한 원 뱅크로 이끌고 시너지를 조기 가시화하는데 성공한 행장으로 평가받았다.
은행 통합 후 하나금융그룹 실적이 매년 성장한 것도 안팎으로 함 회장에 대한 신망이 두터운 요인 중 하나다. 통합 첫 해인 2015년 말 당기순이익 9097억원에서 2018년 2조2333억원, 2019년 2조3916억원, 2020년 2조6372억원으로 성장해 통합 이후 당기순이익이 194.8% 성장했다.
ESG 경영, 비은행 부문과 글로벌 사업 성과를 도출해왔다. 특히 디지털 퍼스트 일환으로 '비욘드 파이낸스'를 강조하며 금융의 경계를 돌파하는 전략을 지속 주문해왔다. 핵심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경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신사업을 지속 가시화하고 있다. 외부 전문기업과 제휴를 확대하는 등 금융·비금융 간 시너지 강화를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