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 전 영역의 '탄소중립' 역량이 국가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후위기 시대가 도래했다. 국제사회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난·재해 악화와 인류의 비극적 종말을 막기 위해 탄소중립을 최우선 어젠다로 꺼내 들었다. 130여개 국가 정상은 지난해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가별 탄소중립 목표를 제시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계는 2030 NDC를 26.3%에서 40%로 대폭 상향한 정부 결정이 기업의 생산설비 신·증설 중단 및 감산, 해외 이전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2030년 NDC 40% 달성이 상당히 도전적 과제인 만큼, NDC를 지속 상향하는 대신 속도 조절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면서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당초 '2030 NDC' 하향을 시사했던 당선인이 국제사회와의 약속은 지키되, NDC 추가 상향 없이 산업계와 함께 속도조절에 나설 것을 언급해 모든 구성원이 만족할 해법을 찾는 것이 과제로 부상했다.
◇탄소중립, 5월 한미 정상회담 주요 의제 전망
5월 방한을 앞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의제 중 하나로 '기후위기' 이슈를 꺼낼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기후정상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이익 창출의 원동력이 된다”면서 “미국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할 계획”이라며 환경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참가국의 국제적 협력을 촉구했다.
중국은 작년 10월 “2060년까지 화석 연료 비율을 20% 이하로 낮추고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COP26에서 '2060 탄소중립' 목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다른 나라들에 '더 강력한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주요국 정상들은 선진국이건 개도국이건 예외 없이 '탄소중립'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국가의 탄소배출은 이웃국은 물론 지구촌 모든 국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면서 “차기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이어온 '탄소중립'을 국가 핵심 어젠다로 두고 국제사회 일원으로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NDC 추가 상향은 무리…국제규제 강화 추세 대응해야
'2030 NDC'를 26.3%에서 40%로 상향한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산업계에 분명 커다란 부담이다. 차기 정부에서는 NDC 추가 상향 없이 '2050 탄소중립'을 목표로 현실 가능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다만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국제사회 탄소규제 강화 추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 경제 시스템이 '지속가능한 경제체제'로 전환을 가속화하며 '탄소중립'이 국제경제에서 핵심 어젠다로 떠올랐다.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SK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기업 13개사를 포함, 전 세계 349개 기업·기관이 이름을 올렸다. RE100은 연간 전기사용량 100GWh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화석연료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시켜 나가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BMW, 애플 등 RE100을 선언한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하지 않은 협력사들은 이차전지, 반도체 등 주요 제품을 공급할 수가 없다. 최근 RE100 가입 기업·기관이 증가하며 전 세계 공급체인 전체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주도국가 한국 기업은 '탄소중립'으로 대전환하지 않을 경우 국제무대에서 사실상 퇴출될 전망이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은 “기업은 '탄소중립'을 우리 경제의 선순환을 구현하는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더 큰 경제성장을 일으키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중립 성과가 뛰어난 우리 기업의 자리가 더 굳건하도록 강력한 탄소중립 육성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