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소유로 의심받아온 7억달러(약 8526억원) 상당의 요트 ‘세헤라자데호’가 이탈리아에 압류될 위기에 처했다고 텔레그래프 등 외신이 2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마리아 디 카라라에 정박해 있는 이 초호화 요트는 이탈리아 현지에서 ‘푸틴의 요트’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이전까지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었던 데 반해 최근 러시아 야권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푸틴 대통령의 소유라는 점을 입증할 수 있다고 밝히며 압류에 박차를 가했다.
현재 구속 상태인 나발니는 푸틴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인사다. 그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21일(현지 시각)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해당 요트의 승무원 절반 이상이 러시아 비밀 정보기관인 연방경호국(FSO)와 연방보안국(FSB) 출신이다. 이 두 기관은 푸틴 대통령의 신변 보호 임무를 맡고 있다.
나발니가 세운 비영리단체 반부패재단(FBK) 수사 부서장인 마리아 페브치크는 승무원 명단을 공개하며 “승무원들은 FSO와 FSB 소속 직원들과 군인들이며 이 요트에서 작업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푸틴은 결코 실명으로 자산을 보유하지 않는다"면서 "세헤라자데 요트가 푸틴 소유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만큼 즉각 압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푸틴이 소유주라는 것을 확인한다면 이탈리아 경찰이 즉각 요트를 압류할 것을 요청했다.
선박 탑승자 중 유일하게 비러시아인인 영국 국적의 선장 베넷 피어스는 요트의 실 소유주가 러시아인이라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동시에 비밀유지 협약을 맺었다고 뉴욕타임스에 인터뷰했다. 그는 “나는 그(푸틴)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전 부인인 류드밀라는 프랑스 남서부 비아리츠에 호화 별장을 짓고 있으며, 딸 예카테리나 푸티나는 프랑스 연안에 성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소식통을 인용해 “나발니 영상 속 인사들이 서방의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서방이 나발니 단체 FBK를 통해 러시아 제재 수위를 높이려한다는 설명이다.
140m 길이의 셰헤라제데는 세계에서 13번째로 큰 요트로, 현재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방의 마리나 디 카라라에서 수리 중이다. 현재는 항해가 불가능하다. 정규 규격의 체육관과 헬기 착륙장 2곳, 금으로 장식한 화장실 등이 있다.
한편, 러시아 법원은 같은날 알렉세이 나발니의 횡령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나발니는 지난 2011년부터 FBK를 설립해 러시아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폭로해왔으며 지난 2020년에는 푸틴 대통령이 초호화 저택을 소유하고 있다고 폭로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현재 복역 중이며 이번 유죄로 형량이 최대 13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