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플랫폼은 인터넷을 통해 양면(double) 혹은 다면(multi)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이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주된 수익원으로 삼는다. 택시 플랫폼이 대표적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승객과 택시기사를 중개하며 수수료를 받는다.
디지털플랫폼의 성장은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확보했는가에 달려 있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서비스가 개선돼 더 많은 이용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택시플랫폼 등장 초기에 기사에게 승객 목적지를 노출하도록 설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목적지를 노출해서 기사로 하여금 선호하는 콜을 선택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선호하는 운행 행태에 대한 세밀하고 광범위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는 플랫폼이 성장하는 요인인 동시에 경쟁자의 부상을 막는 해자(moat)가 돼 시장지배력의 원천이 된다.
'네트워크 외부효과'와 '데이터 우위'로 확보한 시장지배력은 카카오 택시플랫폼을 경쟁 이슈의 주인공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최근에는 '콜 몰아주기'로 표현되는 자사 우대 논쟁의 중심에 놓였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시는 '목적지 미표시 서비스'를 카카오에 요청했다. 목적지 미표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플랫폼 도입 초기부터 제도적으로 강제돼야 했지만 지배기업이 있고 기업 간 데이터 불균형으로 인한 경쟁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효과적이기 어렵다.
오히려 카카오의 시장지배력을 높여 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제도의 정당성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오랜 기간 목적지가 노출되는 유리한 조건 아래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한 주체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목적지 미표시는 후발플랫폼과 데이터 격차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시장지배력이 높은 카카오 택시플랫폼 시장 집중을 가속화하는 제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카카오는 목적지를 노출하지 않아도 특정 지역에 위치한 자사 직영 혹은 가맹 기사가 선호할 목적지의 콜을 얼마든지 몰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이미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데이터에 있다. 그렇다고 기업 소유 데이터를 강제로 내놓게 할 방법은 없다. 해법은 카카오가 소유한 데이터의 속성에 있다. 이는 분명 승객과 기사가 생성한 데이터다. 운행데이터의 어느 부분까지 개인정보로 판단할지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개인이 정보의 생성 과정에 참여한 데이터'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이는 금융 분야에서 시작된 '마이데이터' 논의의 틀을 빌려 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마이데이터는 정보 주체 개인에 대한 정보는 물론 처리 과정에 개인이 참여한 정보를 의미한다. 핵심은 '자기결정권'이다. 마이데이터 제도 시각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나의 정보를 원하는 기업에 이동시킬 권한은 나에게 있다. 해당 정보의 소유권은 기업에 있더라도 그 통제권은 각 개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전에 각 기업은 자사에 가입한 회원 정보만을 모을 수 있었지만 마이데이터 제도를 통해 자사 고객이 아니라 주체의 정보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게 된다. 고객은 어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되면 더 나은 서비스 혜택을 보기 위해 기존 기업에 있던 나의 정보를 원하는 기업에 이동하도록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쌓여 있는 정보를 한순간에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기업 간 정보 확보와 정보 주체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이 시작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오늘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행위가 그 시작점이 어디든 결국 경쟁의 부재라는 근본 원인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바람직한 결과를 위해서는 그 원인에 집중해야 한다. 오늘날 주목하는 불공정행위는 모두 결과일 뿐이다. 데이터 중심으로 다시 바라봐야 한다. 디지털전환 시대에 마이데이터 정책이 데이터 우위로 경쟁이 사라진 택시시장을 다시 활성화하는 수단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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