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대전환 역량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디지털 선도국가' 도약에 집중했지만 데이터 확보와 거버넌스 개선에는 미흡했던 것으로 지적된다. 산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대전환은 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지속성과 속도전이 국익을 좌우한다. 윤석열 정부가 전 정부에서 시작된 불요불급한 디지털 대전환 사업을 잇는 한편 산업계 의견을 종합해 신속한 규제 개선과 업종 간 융합을 이끌 거버넌스 강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디지털 대전환은 계속돼야
디지털 대전환은 독일이 주도하는 '인더스트리 4.0' 및 4차 산업혁명과 비슷한 개념이면서도 다르다. 인더스트리 4.0이 기존 산업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을 적용, 스마트공장화하거나 단순 업무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면 디지털 대전환은 주력 산업을 포함한 모든 영역의 디지털화를 통해 제품과 제조 공정은 물론 새로운 사업모델을 창출하는 것을 포괄한다. 빅데이터와 초연결성, 스마트화 등을 활용해 '돈 버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디지털 대전환이 국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디지털 대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 정부에서 추진돼온 수용성 높은 사업을 지속·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로선 윤석열 당선인 공약 가운데 디지털 전환 부문은 △기업 세액 지원 확대 △미래형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등 단편적 담론에 그친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사회 전반의 디지털 대전환 '국가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민간 혁신 촉진 등 디지털뉴딜 사업에 오는 2025년까지 49조원을 투자한다. 지난 2020년부터 2021년까지 10조800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9조원이다. 잔여 사업 기간은 윤석열 정부와 겹친다.
주요 사업은 데이터댐 구축과 공공데이터 개방이다. 데이터댐은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이 데이터를 수집, 가공해 유용한 정보를 재구성한 집합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분야별 데이터는 10억건 이상 구축·활용됐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경우 8개 분야 산업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2016년 13조8000억원 대비 30% 가까이 늘었다. 산업계는 이들 사업을 통해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고 해외 수출과 투자유치, 사업화 등 성과를 기대한다.
풀뿌리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디지털 바우처 사업도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디지털 역량이 뒤처지는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비대면·데이터·AI·클라우드 등 바우처 15만1000개를 지원했다. 이 외에 스마트공장(2만5000개), 상점(1만7000개), 공방(681개) 등이 바우처를 지급받아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활용했다.
다만 이들 사업이 산업 데이터 확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만큼,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태환 한국산업지능화협회 상근부회장은 “데이터댐 구축과 공공데이터 개방 등은 전체 데이터를 쌓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산업 데이터 중심이 아니다”면서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을 위해서는) 산업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새 정부가 사업을 더욱 구체화해야한다”고 말했다.
대기업과의 협력도 과제다. 문재인 정부가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이끈 것을 참고할 만하다. 앞서 현대차와 신한금융은 각각 2000억원,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중소·벤처기업의 디지털 전환 기술 개발 등을 지원했다. 또 포스코와 삼성은 각각 중소기업 287개사, 663개사 등에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했다.
◇디지털 전환 거버넌스 강화 숙제
지난해 말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이 법은 산업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민간 디지털 전환 활동 지원 근거를 담았다. 이에 따라 산업 디지털 전환 종합계획이 3년 단위로 수립되고, 산업부 장관 산하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위원회에는 산업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관계부처 차관급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다.
정권 산업통상자원부 산업기술시장혁신 과장은 “이전에는 AI, 빅데이터,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공장 솔루션 등 단편적 디지털 기술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전환이 추진돼 왔다”면서 “최근에는 기업과 기업 간 협업,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한데 맞춰 디지털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제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은 산업 데이터 활용을 촉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석영철 KIAT 원장은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을 통해 기업이 산업 데이터를 생성,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전담기관인 KIAT는 본부장급 실무진이 산업부와 협력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디지털 전환 촉진을 위한 여러 제안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학계 관계자는 “각 부처별로 추진되는 디지털 전환 정책·사업으로 인한 중복 비용과 비효율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 권한을 제고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작성한 2020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80.1%로, 기술격차는 3.3년으로 평가됐다. 이 가운데 ICT-소프트웨어 분야에선 우리나라는 미국 대비 83%에 그쳤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진행한 AI 기술수준 조사에서도 우리나라는 89.0%에 불과했다. 미국은 디지털 대전환 영역에서 최상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이 높은 기술 수준을 갖추고 메타, 구글 등 '메가 테크' 기업들을 보유한 것은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범부처가 협력해 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은 클린턴 정부 때 범정부 차원의 정보인프라태스크포스(IITF)를 구성했고, 부시 정부 때 범정부 정보화 총괄 조정 기구로 OMB를 선정했다. 오마바 행정부는 OMB 산하 전자정부국(OEG) 총괄책임자로 연방CIO(FCIO)를 최초로 임명하고, OMB와 FCIP 중심으로 재편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는 OMB와 과학기술정책실(OSTP) 중심으로, 바이든 정부는 OSTP 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OMB와 OSTP 역할을 제고했다.
정권 산업부 과장은 “정부는 (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를 통해) 기업이 디지털 전환에 나서는 과정에서 걸림돌을 신속히 제거하고, 투자를 촉진시키는 등 밀접 지원에 주력할 것”이라면서 “기업이 디지털 전환 방향성을 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