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창 경북대 의학과 교수팀이 기존 약물을 활용한 경구용 면역 항암 치료법을 개발했다.
백 교수팀은 멕시텐탄과 설피속사졸을 암세포 유래 단백질(PD-L1)을 함유한 엑소좀 분비 억제제로 발굴해 기존 약물의 항암 치료제로서의 새로운 사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암세포는 면역세포 공격을 피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암세포 표면에 PD-L1 단백질을 발현시킨다. 이 기전을 밝혀낸 일본 혼조 다스쿠 교수와 미국 제임스 앨리슨 교수는 2018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항PD-L1 항체와 항PD-1 항체를 이용한 면역 항암제가 항암 치료제 시장의 대세가 되고 있다. 이러한 획기적인 면역 항암 치료제 개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암세포는 면역 회피 기능을 한다.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암세포는 PD-L1이 발현된 엑소좀을 분비해 면역세포 활성을 억제한다.
백 교수팀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 약물인 멕시텐탄과 설피속사졸이 엑소좀 PD-L1의 분비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약물은 암세포의 '엔도테린 수용체 A'와 결합해 엑소좀 PD-L1의 분비량을 줄였다. 폐암, 대장암, 유방암을 유발한 동물 실험에서 암 증식과 전이가 감소되는 것을 확인했다.
설피속사졸은 항생제로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고, 멕시텐탄은 고혈압 치료제로 혈압 강하 효과가 있다. 따라서 임상에 적용하면 각 암 환자의 상황에 따라 두 약물 중에서 부작용이 적은 약물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하다.
백문창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응용하면 기존 약물의 용량 조절만으로 새로운 면역 항암제를 제시할 수 있다. 멕시텐탄은 경구용 고혈압 치료제이므로 장기 투여에도 독성이 적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면서 “특히 현재의 면역 항암제는 대부분 정맥 주사이나, 멕시텐탄과 같은 경구용 면역 항암제를 개발한다면 환자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쎄라노스틱스(Theranostics)' 1월호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 (Advanced Science)' 2월호에 각각 게재됐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